[딜사이트 황지현 기자] 지속된 크립토윈터(가상자산 침체기)와 허가제로 전락한 원화거래소 진입 장벽으로 국내 코인마켓거래소들이 폐업 직전에 몰리고 있다. 

코인마켓거래소는 지난 2021년 특금법 개정 이후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 확보가 어려워졌다. 원화 거래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크립토윈터까지 더해지자 코인마켓거래소들이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주요 코인마켓거래소마저 임금까지 체불하며 폐업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관계 당국은 코인마켓거래소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나몰라라 하고 있다. 심지어 불법 해외 거래소에 대한 단속도 나서지 않는 등 국내 코인마켓거래소들을 더욱 궁지로 몰고 있다. 

◆ 자금난에 임금 체불 잇따라

3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주요 코인마켓거래소들이 직원의 급여도 주지 못하는 상황까지 몰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A 코인마켓거래소에서 직원들의 임금 체불이 계속되고 있다"며 "특정 부서 사람들은 임금 체불이 계속되자 아예 무단결근까지 하고 있다"고 암울한 업계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직원들은 회사로부터 특정 날까지 임금을 준다는 공지를 받긴 했지만, 실제로 지급할지는 의문"이라며 "최근 투자 건이 엎어지면서 자금난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A 코인마켓거래소 담당자는 "신규 비즈니스 관련해 투자를 유치 받아 임금 체불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전 직원들에게 해당 사항을 공지했다"고 해명했다. 

기업 정보 플랫폼 잡플래닛에 올라온 B 코인마켓거래소 기업 후기에는 올해 하반기부터 임금 체불에 관한 내용이 올라왔다. '급여 밀림', '임금 체불', '공지도 제대로 안 해준다' 등 후기가 작성돼 있다. 국내 코인마켓 거래소들이 생사의 기로에 선 상황으로 보인다.

◆ 원화거래소도 힘든 상황…코인마켓은 사면초가

계속된 가상자산 침체기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매출에 치명타를 남겼다. 지난달 10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거래소 중 영업이익을 낸 곳은 업비트와 빗썸이다. 업비트와 빗썸의 영업이익은 각각 3206억원, 125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른 원화거래소인 코인원·코빗·고팍스는 영업손실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원화거래소는 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 거래량 활성화를 위해 수수료 무료 정책이라는 결단까지 내리기도 했다. 빗썸은 지난 8월 일부 가상자산을 대상으로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시작해 현재는 전체 가상자산으로 대상을 확대한 상황이다. 이어 코빗과 고팍스도 수수료 무료 정책을 시행하며 고객 점유율 확보에 나서고 있다. 침체된 시장을 살리기 위해 수수료까지 포기하며 유동성 확보와 거래 활성화에 나선 것이다.

원화거래소가 자발적으로 수수료 무료를 선언한 반면 일부 코인마켓거래소는 수수료 매출이 없어 지속적인 사업 영위도 어려운 상황이다. 코인마켓 사업자 21곳 중 10곳은 거래수수료 매출이 아예 없다. 또한 2022년 하반기 기준 코인마켓 사업자 중 일평균 거래금액이 100만원 이하인 사업자는 5곳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국내 코인마켓 사업자 21곳 중 18곳은 완전자본잠식(자본총계가 마이너스) 상태다. 

한 원화마켓거래소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인데 후발 거래소의 설 자리는 없어지고 있다"며 "원화거래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적자가 심한데 코인마켓 거래소는 더욱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선물거래 등을 할 수 있는 해외 거래소들이 불법 영업을 하며 국내 이용자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감독당국인 FIU를 비롯해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 당국과 경찰, 검찰 등 수사당국은 이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크립토 윈터로 국내 거래량도 줄어들었는데 이런 시기 해외 불법 거래소들이 국내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지만 당국은 손을 놓고 있어 코인마켓거래소는 더욱 힘든 상황"이라며 "더구나 선물거래 등을 하는 이용자는 거래량이 많은 이용자들인데 이들이 해외 서비스로 나가면서 국내 거래소들은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 원화거래소 변경 신고는 '하늘의 별 따기'

현재 적용되고 있는 특금법 개정안은 지난 2021년 9월에 시행됐다. 해당 개정안은 원화로 가상자산을 거래하기 위해서는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을 확보해야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특금법 시행 이후 새로 계좌를 확보해 원화거래소를 연 곳은 고팍스뿐이다. 고팍스는 전북은행의 실명계좌를 확보해 지난해부터 원화거래소를 열었다. 한빗코는 광주은행으로부터 계좌를 확보했지만 FIU의 변경신고가 불발됐다. 코인마켓거래소는 가상자산 시장 악화에 존폐 위기에까지 몰렸지만 금융당국에서는 원화거래소 전환 승인으로 숨통을 트여주지 않고 있는 셈이다.

한 코인마켓 거래소 관계자는 "은행실명계좌 연동이 원화거래소 진입에 여전히 큰 장벽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유일한 탈출구인 원화거래에 대한 허가해주지 않으면서 해외 거래소들의 불법도 막지 않는 상황에서 코인마켓거래소는 그저 문을 닫을 날만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내부위기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