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F&F가 선보이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수프라는 '제2의 MLB'가 될 수 있을까. 시장에선 수프라가 기존 MLB의 유통망을 적극 이용한다면 중국 시장에 안착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F&F는 스케이트 보드 문화를 중심으로 론칭된 미국 브랜드 수프라의 상표권을 2020년 84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이 회사는 수프라에 메타버스(3차원의 가상세계) 개념을 접목 시키는 등 실험적인 시도를 단행하며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하지만 메타버스, NFT, 암호화폐 등이 시들해진 까닭에 화제는 모았으나 흥행에는 실패했다.

이에 F&F는 수프라의 브랜드 전략을 빠르게 선회했다. 기존 메타버스 콘셉트 대신 미국에서 탄생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강화하고 MLB처럼 해외 시장 공략을 목표로 삼았다. 특히 이 회사는 중국에서 수프라의 영업망 확대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올해 8월 상하이 1호점을 열었고, 광저우와 베이징 등 주요 도시에 5개 매장 개장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올해 연말까지 총 25개 매장을 추가로 열고 내년 말까지는 약 200여개로 확장할 예정이다. 

이러한 계획은 공격적 출점으로 성공 사례를 만든 전례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F&F는 2019년 중국 시장에서 MLB 브랜드를 선보이자마자 빠른 속도로 매장을 늘리기 시작했고, 작년 900개를 돌파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MLB가 중국에 진출한 지 3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국내 단일 패션브랜드 중 유일하게 조 단위(1조2000억원) 매출을 올리는 원동력이 됐다. F&F가 MLB와 동일한 방식으로 수프라의 중국 조기안착을 꾀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F&F는 MLB의 유통망을 적극 활용해 수프라를 중국 내 안착 시킬 계획이다. 이 회사가 상하이에 MLB 주요 대리상들을 초대해 최근 수주회 행사를 개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수프라가 수주회 행사에서 약 300억원 상당의 내년 봄·여름 상품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단 점이다.

이와 관련해 시장 한 관계자는 "수프라와 마찬가지로 올해 중국 시장에 뛰어든 더네이처홀딩스의 경우 연말까지 7개 지점 오픈이 목표인데 반해, 수프라는 3.6배 많은 25개 매장을 추가로 열 계획"이라며 "수프라는 MLB 유통망을 통해 타사보다 빠른 속도로 매장 수를 늘려나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프라가 중국 내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로 포지셔닝 하는 전략을 취한다면 쉽게 중국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중국 시장 내 수프라 사업을 안착시키는 과제를 김창수 회장의 차남 태영 씨의 경영수업 일환으로 보고 있다. 태영 씨가 현재 수프라 담당 사업부를 총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다른 시장 관계자는 "김창수 회장이 차남인 태영 씨에게 수프라 사업 총괄을 맡긴 것은 큰 틀에서 경영수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며 "중국 시장이 진출 조건이 엄격하긴 해도 수프라의 경우 MLB 유통망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태영 씨가 수월하게 브랜드를 안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F&F 관계자는 "MLB가 중국에 진출하면서 닦아 놓은 인프라를 활용해 수프라도 같은 성장 곡선 그릴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