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수정 기자] 한화오션이 100%를 웃돌던 매출원가율을 90%대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그러나 외주가공비가 치솟아 매출원가 규모를 줄이는 것은 실패했다. 원가 절감 TF팀도 인건비를 주목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한화그룹에서 전입된 오호진 상무가 이끄는 TF팀은 매출원가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조만간 세부 계획을 완성할 예정이다.

22일 한화오션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가운데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99%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 원가율은 130%에 달했다. 선박 건조 비용이 매출을 뛰어넘어 마진 확보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지금도 원가율이 낮은 편은 아니지만, 적어도 '밑지는 장사'는 하지 않고 있다. 특히 3분기만 따로 봤을 때 한화오션의 원가율은 92%까지 떨어졌다.

한화오션의 매출원가 규모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실제 3분기 누적 매출원가는 5조11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6% 증가했다. 작년 동기간 원가 증가율이 한 자릿수였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큰 폭의 조정이 있었다. 결국 원가율을 끌어내린 것은 매출 증가의 영향이 컸단 얘기다.  

물론 매출 증가와 원가 증가 사이에는 어느 정도 상관 관계가 있다. 매출 증대를 위해 더 많은 상품을 만들다 보면, 원료 매입이 늘어나 원가가 오른다. 

다만 한화오션의 경우 원료 매입 때문에 원가가 늘었다 보기 어렵다. 올해 중 매입한 원재료는 3조4075억원으로 작년 2조7814억원 보다 23% 증가했다. 작년 원료 매입비 증가율이 50%를 넘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는 작년 보다 원료 확보 속도가 더딘 편이다. 

원가 혁신에 발목을 잡은 것은 외주가공비였다. 외주가공비는 1조6171억원으로, 전체 비용 가운데 30%를 차지했다. 원료 매입비 다음으로 비용 부담이 큰 것이 외주가공비다.

외주 가공비에는 협력업체 인건비도 포함돼 있다. 재무제표 표기 방법이 달라 경쟁사와 단순 수치 비교는 어렵지만 인건비는 모든 조선사가 안고 있는 난제다. 구조조정 시절 인원 감축으로 숙련공들이 떠난 상황에서 급박하게 협력사나 외국인 노동자를 기용해 선박을 건조해 왔다. 

한화오션은 외주가공비가 작년 보다 60% 이상 뛰었다. 사실 호황기 가장 먼저 뛰는게 인건비이기 때문에 원가 관리를 맡은 'TOP(Total Operational Performance) 추진 TF(이하, 추진팀)'이 주목해야 할 점도 여기에 있다. 

추진팀은 지난 10월 지속 가능한 원가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만든 신설 팀이다. 생산, 설계, 구매 등 회사 내 모든 분야 담당자들이 추진팀에 들어가 있다.

TOP 추진팀을 이끌기 위해 석달 전 한화큐셀 경영기획실장을 지낸 오호진 상무가 한화오션에 급파됐다. 오 상무는 보스턴컨설팅그룹 출신으로 기업 컨설팅 경험을 갖춘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당초 내년 1월까지 원가절감 목표를 설정하려 했으나, 이를 두 달 정도 앞당겨 실행에 옮겼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외부에 밝히기 어려우나 절감 목표액을 수립한 뒤 과제를 선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공사손실충당금 변수도 추진팀이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충당금은 대외적 환경에 따라 회사의 이익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회계적 손실을 가져오기도 한다. 

선박은 건조 기간이 2~3년 정도 소요된다. 그 사이 후판값이 크게 뛴다면 예상보다 투입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예상 손실을 미리 기재해 줘야 한다. 이를 충당금이라고 한다. 6개월 뒤 다시 협상해서 후판값이 내려간다면 쌓았던 충당금을 이익으로 환수할 수 있다. 올해는 시장 상황이 좋아 한화오션은 후자의 상황에 놓였다. 올해 9월까지 환입한 충당금은 7349억원으로 확인됐다. 적정 수준으로 충당금 규모를 설정하는 게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