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CJ CGV가 내달 회사채와 신종자본증권을 함께 발행하는 방안을 모색했지만 신종자본증권은 최종 불발됐다. 저하된 재무구조로 인해 시장의 수요가 좀처럼 모이지 않은 탓이다. CJ CGV는 회사채 발행금리도 7%대로 크게 높여 제시했다. CJ CGV의 개별민평금리 대비 50bp(1bp=0.01%포인트)가량 높은 수준이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J CGV는 내달 15일 2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수요예측 일자는 내달 6~7일 사이에서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2년 단일물로 증액 없이 발행할 예정이다. 주관업무는 KB증권과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이 공동으로 맡았다. CJ CGV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A-(안정적)이다.

CJ CGV의 모집액 2000억원 가운데 산업은행이 인수단으로 참여해 1000억원을 인수할 예정이다. 당초 산업은행은 1400억원 규모를 인수할 것으로 논의됐지만 최종적으로는 1000억원으로 줄어들게 됐다. IB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 내부 논의에 따라 인수액이 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체적인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모 희망금리밴드는 7.0~7.2%로 정해졌다. 현재 회사채 유통시장에서 형성된 CJ CGV의 2년물 개별민평금리는 6.6% 수준으로, CJ CGV가 속한 A- 등급의 2년물 금리(5.4~5.5%)보다 100bp 이상 높은 상황이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50bp 수준의 가산금리를 얹어서 제시한 셈이다. 이달 수요예측을 진행한 대한항공(A-/안정적)의 2년물 발행금리가 5.154%였던 것과 비교하면 200bp 높은 수준이다. 한 주관사 관계자는 "현재의 등급을 앞세워서는 수요를 모으기가 어려워 충분한 가산금리가 필요했다"고 전했다.

코로나 국면이 시작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적자를 기록하던 CJ CGV는 올해 2분기부터 흑자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연결기준 322억원이다. 다만 흑자전환에도 대규모 순손실이 지속되고 있다.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에 따른 이자비용이 높아진 상태라서다. 올 3분기 말 기준 CJ CGV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잔액은 9512억원으로, 신종자본증권에 따른 이자비용만 연간 191억원에 달한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달 들어 기관의 회사채 매수세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긴 하지만 CJ CGV에 대한 시장의 투자수요는 대체로 비우호적"이라며 "모집액 규모까지 커 미매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리테일 수요가 얼마나 참여할지 가늠하기 어려워 수요예측 당일까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회사채 수요예측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신종자본증권 발행까지 고려했던 것은 지나친 욕심이었다"고 지적했다.

CJ CGV가 이번 회사채와 함께 발행하려던 신종자본증권은 불발되면서 내달 콜옵션(조기상환권)이 도래하는 18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은 일단 현금으로 상환할 예정이다. 지난 9월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4153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CJ CGV는 ▲시설자금 1000억원 ▲운영자금 900억원 ▲채무상환자금 2253억원 등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채무상환자금 2253억원 중 대부분을 이번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대응에 사용하게 된 것이다.

CJ CGV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 차환이 불발된 것은 아니고 시점을 조율하려는 것"이라며 "일단 내달 콜옵션이 도래하는 신종자본증권은 현금으로 상환한 뒤 다시 발행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