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가 1년 만에 전무로 승진했다. 나아가 그룹 지주회사인 롯데지주로 옮겨 향후 롯데 전반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중책까지 맡았다. 재계에선 신 전무가 향후 그룹을 이끌어갈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6일 2024년 임원인사를 단행하며 신 신임 전무를 미래성장실장으로 전격 발탁했다. 아울러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도 겸직한다. 그는 이미 올해 1월 VCM(Value Creation Meeting)은 물론 3월 루이비통헤네시(LVMH) 총괄회장 방한, 5월 호텔롯데 창립 50주년 기념식, 9월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오픈 행사 등에 참석하며 그룹 내 존재감을 넓혀나가고 있었다.

신 전무는 1986년생으로 일본 게이오대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컬럼비아대 MBA 과정을 마치고 노무라증권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2020년에 일본 롯데로 적을 옮기며 본격적인 후계자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롯데케미칼 상무로 승진한 데 이어 일본 롯데파이넨셜 최대주주인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 공동대표에 선임되며 투자와 재무관련 전문성을 키워왔다.

신 전무의 이러한 이력은 과거 신동빈 회장의 행보와 유사해 눈길을 끌기도 한다. 신 회장 역시 1980년까지 컬럼비아대 MBA 과정을 거쳤고 이후 노무라증권 런던지점에서 일했다. 이후 1990년 일본 롯데에 이사로 입사하며 본격적인 경영전선에 나섰다.

특히 신 전무가 이번에 총괄하게 된 미래성장실은 롯데지주 직속으로 바이오와 헬스케어 등 장차 그룹 미래를 책임질 성장 엔진을 발굴하는 핵심조직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롯데그룹이 핵심적으로 키우는 신사업 계열로는 롯데바이오로직스와 롯데헬스케어, 롯데정보통신 등이 대표적이다. 그 중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0 글로벌 톱10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이라는 비전을 수립하고 2030년까지 3개 메가 플랜트와 총 36만리터 항체의약품 생산체제를 국내에 갖춘다는 목표도 설정한 상태다.

또 다른 신사업 축인 롯데헬스케어 역시 올해 9월 헬스케어 플랫폼 '캐즐'을 론칭했다. 이 플랫폼은 유전자검사와 건강검진 등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라 건강기능식품과 운동용품, 맞춤식단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내년 말까지 캐즐 가입자 100만명 유치와 '전국민 데일리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이다.

모빌리티사업을 담당하는 롯데정보통신도 자율주행셔틀과 전기차 충전인프라 구축,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등 다각도로 사업역량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특히 올해 10월 첫 자율주행서비스를 시작으로 새로운 모빌리티시장을 적극 개척해나갈 예정이다.

신 전무는 이러한 그룹 미래육성사업을 진두지휘하며 탁월한 경영능력을 보여줘야 할 부담감도 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신 전무를 중심으로 한 3세 경영승계의 시작점으로도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진정한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할 시험대이기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신유열 전무는 다양한 해외투자 경험을 토대로 그룹 중장기 비전과 신성장동력 발굴 그리고 미래 신사업 확대 등의 중책을 수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