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롯데칠성음료(롯데칠성)가 해마다 연구개발(R&D)비를 늘려가고 있지만 이 회사가 집행하는 광고선전비와 비교하면 여전히 미약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수의 해외 경쟁기업들의 R&D 비용과도 상당한 규모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선 롯데칠성이 정체기에 들어선 국내를 벗어나 차별화된 경쟁력을 무기로 해외시장을 노크하기 위해선 더욱 적극적인 R&D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칠성의 최근 3년간 R&D 투자비용을 보면 2020년 연결기준 204억원에서 2021년 220억원에 이어 작년 264억원을 집행해 2년 동안 29.4% 확대했다. 올해도 3분기 말까지 258억원을 투입하며 전년 수준을 웃돌 가능성이 높다.

R&D에 투자금액이 늘면서 매출 대비 비중도 2020년 0.9%에서 2022년 0.93%로 0.3%포인트 소폭 상승했다. 이는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의 매출 대비 R&D 비중이 0.2~1.17%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결코 낮지 않은 수치다.  

하지만 국내를 벗어나 해외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해외 유수의 경쟁기업들은 훨씬 더 많은 돈을 R&D에 쏟아 붓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식음료기업인 네슬레만 해도 매년 전체 매출의 1.8%인 2조원 내외를 R&D에 투자하고 있다. 수십조원의 연매출을 올리는 펩시코와 델리즈인터내셔널 등의 R&D투자 비중도 매출 대비 1%를 훌쩍 상회한다.

특히 롯데칠성은 매년 광고선전비로만 천억원 이상을 쓰는 기업이다. 실제 이 회사의 광고선전비는 2020년 1130억원에서 작년 1374억원으로 21.6% 늘어났다. 올해 3분기 누적으로도 이미 1064억원을 광고선전비로 사용했다. 올해 R&D 지출과 비교하면 규모에서 4배 가량 격차가 나고 있다. 일각에선 롯데칠성이 본연의 제품경쟁력 강화보단 대외적인 광고홍보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국내 식음료기업들의 고질적인 문제점과도 무관치 않다. 국내 식음료기업들은 오래된 히트상품에 과하게 의존하거나 새로운 제품 개발보다는 기존상품의 리뉴얼 혹은 타사 인기제품 모방 등으로 매출을 발생시키는 경향이 크다. 특히 동일한 범주내 1등 상품과 유사제품을 만드는 방법은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하는 최적의 방법으로 통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해마다 평균 60종 이상의 R&D 실적을 내놓고 있지만 이 가운데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찾기는 쉽지 않다. 최근 3년만 봐도 새로 만들어진 제품은 클라우드 생드래프트와 제로 소주인 새로, 지난달 출시한 맥주 신제품 크러시 정도에 그친다.

최근 롯데칠성은 필리핀을 비롯해 베트남과 중국, 미국 등 해외 거점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현지에서 터를 닦은 글로벌 식품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확실한 경쟁 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제품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선 지금보다 더욱 공격적인 R&D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시장 관계자는 "롯데칠성이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려면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해외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차별화된 경쟁력을 위한 좀 더 과감한 R&D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보통 식품기업의 경우 바이오나 반도체기업과는 달리 R&D 비중이 높지 않은 사업적 특성이 있다"며 "당사는 매년 매출 대비 R&D 비용을 증액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꾸준한 R&D를 통해 전 생애주기에 걸친 음료 포트폴리오와 건기식 등 고부가가치 신제품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