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구본욱 KB손해보험 리스크관리본부 전무가 내부 출신으로 처음으로 KB손해보험을 이끌게 됐다.

KB손해보험은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초대 사장으로 기틀을 다지고 김기환 대표가 빠르게 덩치를 불린 회사로 KB금융그룹 내 위상도 높은 만큼 구 후보의 어깨도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는 14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KB손해보험 신임 대표 후보로 구본욱 전무를 추천했다. KB손해보험은 12월 안으로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 최종 심사와 추천을 거쳐 주주총회에서 이 후보의 대표 선임을 확정한다.

구 후보가 부사장직을 거치지 않고 신임 대표에 내정돼 금융권에선 '깜짝 발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구 후보의 이력과 역량에 비춰볼 때 충분히 납득이 가는 인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KB손해보험이 KB금융그룹 핵심 계열사로 자리매김한 데다 내년 보험업계 전망도 밝지 않은 만큼 적임자를 고르고 골랐을 가능성이 큰데 구 후보의 역량을 양 회장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양 회장은 2016년 3월부터 2020년 말까지 KB손해보험을 이끌었는데 이때 구 후보는 전략, 재무, 리스크 등 다방면에서 역량을 보여줬다.

양 회장이 KB손해보험 대표일 때 구 후보가 승진 가도를 달렸다는 점만 봐도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엿볼 수 있다. 양 회장은 KB손해보험에서 늘 안정보다 변화와 혁신에 중점을 두고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시행했는데 구 후보는 상무보에서 상무로, 전무로 잇따라 승진했다.

게다가 양 회장은 KB손해보험에 있을 때 임직원과 적극 소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 후보는 1994년 KB손해보험의 전신인 럭키화재(LG그룹 공채)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KB손해보험이 2015년 출범한 뒤 회계부장, 경영관리부장을 거쳐 경영전략본부장 상무보, 경영전략본부장 상무, 경영관리부문장(CFO) 전무, 리스크관리본부장(CRO) 전무 등을 역임했다.

금융권은 구 후보가 첫 내부 출신 인사라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이 지난해부터 노조와 임금 및 단체협상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는 만큼 양 회장도 내부 갈등을 풀어낼 내부 출신 인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KB손해보험을 이끌었던 양종희 회장은 KB국민은행 출신이고 현재 김기환 대표도 은행과 지주에서 주로 일했다.

구 후보의 과제로는 전임자에 이어 KB손해보험의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도 아직 완전히 정착한 게 아닌 만큼 리스크 관리에서도 역량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내년 보험업계는 회계기준 변경 효과가 점차 완화하면서 수익성이 정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KB금융지주 대추위는 구 후보에 대해 "경영전략, 리스크관리 등 주요 직무 경험을 기반으로 가치·효율 중심의 내실 성장을 지속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구 내정자의 경영관리 역량을 높이 샀다"며 "고객 중심의 핵심경쟁력 강화와 경영효율 우위 확보를 통해 No.1 손해보험사로의 도약을 이끌 수 있는 추진력 또한 갖췄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