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보라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완전자회사 우리종합금융에 5000억원을 수혈하기로 결정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그간 우리종합금융의 덩치를 키우기보다 중대형 증권사 인수를 적극 추진한 탓이다. 

금융권에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증권사 기업가치가 하락세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전략 수정을 통해 우리금융에 적합한 매물을 기다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우리종합금융의 덩치가 커지면 굳이 중대형 증권사를 고집할 필요가 없어 M&A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8일 우리금융에 따르면 우리종금은 지난 13일 이사회에서 5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를 통해 주당 983원씩 보통주 5억865만주를 발행한다. 납입일은 오는 21일이다.

이번 유상증자를 두고 금융권에선 우리금융이 증권사 인수 전략을 수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간 증권사 인수를 1순위로 꼽아왔으나 마땅한 매물이 나타나지 않자 장기전으로 전략을 수정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금융의 마음에 드는 규모의 증권사가 빠른 시일에 매물로 나올지도 미지수인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내부적으로 자기자본 1~3조원 사이 증권사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증권과 저축은행 등 M&A 시장에서 계속 유력 후보로만 언급될 뿐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며 "마땅한 매물이 없는 만큼 증권사 인수 보다는 우리종합금융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종합금융이 국내 유일한 종금사란 점도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종금업 허가를 갖고 있는 금융사는 증권사 업무 중 증권중개를 제외한 수신·여신·투자은행(IB) 업무가 가능하다. 우리종금 관계자는 "증권사 업무 중 주식 리테일 외에 대부분의 업무가 가능하다"며 "증권사 인수를 대비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우리금융이 중대형 증권사를 고집하지 않으면 향후 증권사 인수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고금리가 장기화하고 부동산 경기도 침체하면서 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도 커지면서 M&A 시장에 증권사 매물이 대거 나올 가능성이 큰 탓이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본부장은 "부동산PF 잠재부실이 현실화되면서 실적이 악화되는 회사가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저축은행, 캐피탈사, 증권사 중 외부지원 가능성이 열위한 회사는 이로 인한 대주주 변경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용경색 위기를 맞는 금융사가 나타나면 1차적으로 자구를 요구하고 자구노력이 여의찮으면 발 빠르게 M&A를 유도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우리금융지주는 사업다각화가 아직 미흡한 상태로 시장에 적당한 매물이 나오면 인수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종합금융은  이번 유상증자를 마치면 중형 증권사 수준으로 도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기자본이 6739억원 규모에서 1조원대 규모로 껑충 뛰어오르면서 증권사 자기자본 기준 순위도 현재 25위에서 17위로 상승한다.

김응철 우리종합금융 대표는 "영업한도 확대, 규제비율 안정성 확보 등을 통해 우리금융의 비은행 부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증자"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단계적 자본확충을 추진하면서 기업금융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력과 시스템을 확충하겠다"며 "우리금융 내 '딜 프로바이더' 역할을 적극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