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20일 단행한 올해 하반기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김혜인 부사장이 유일한 부사장급 이상 여성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인사관리 전문가로 정평이 난 김 부사장은 정의선 회장이 줄곧 강조해 온 수평적이고 포용적인 조직문화를 한층 고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임원인사는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한 올해 성과에 대한 보상과 함께 향후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선도할 리더를 발탁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40대 신규 임원 비중을 늘려 세대교체를 가속화한 한편 연구개발(R&D)와 신사업, 제조 등 기술 관련 분야의 인재 중용이 두드러졌다.

눈길을 끈 부분은 외부 인재 영입이다. 현대차그룹은 영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 BAT그룹에서 최고인사책임자(CHRO)이자 경영이사회 멤버를 역임했던 김 부사장을 현대차 HR(인적자원)본부장으로 임명했다.

1974년생인 김 부사장은 연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고,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University of New South Wales)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IBM, PWC 등 컨설팅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김 부사장은 BAT코리아 인사관리 파트너로 합류했으며, BAT재팬 인사총괄, BAT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 인사총괄을 거쳐 2019년 BAT그룹 최고인사책임자에 올랐다.

김 부사장이 현대차에서 수행해야 할 임무는 명확하다. 175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다국적 임직원이 근무하는 BAT에서 인사, 문화, 다양성을 총괄했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현대차의 조직문화를 한층 강화시키는 것이다.

김 부사장 합류는 정 회장이 추구하는 조직 혁신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정 회장은 일찍부터 '정보통신(IT)기업보다 더 IT기업' 같은 수평적인 분위기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급변하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주도하기 위해선 과거의 군대식 문화를 버리고, 창의성을 촉진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이 그룹 수석부회장에 오르기 전인 지난 2017년 현대차의 HR 담당 임원은 1명(HR사업부장)에 불과했지만, 올 3분기 말 3명(HR사업부장·운영실장·전략실장)으로 늘었다. 특히 HR 담당 최고 임원의 직급이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한 단계 격상된 배경에도 정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근무 복장 완전 자율화를 도입하거나, 승진연차 제도를 폐지한 것도 능력 중심의 인재를 육성한다는 취지였다.

정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도 선진적인 조직문화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그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기존의 관성을 극복하고, 계속해서 변화하는 능동적인 기업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며 "다양성을 존중하며 변화무쌍한 조직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을 이어나가 과거의 단점들을 과감히 없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김 부사장은 현대차의 인사제도와 조직문화에 글로벌 스탠다드를 이식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