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
뉴스 랭킹 이슈 오피니언 포럼
증권 속보창
Site Map
기간 설정
딜사이트S 더머니스탁론
견리망이(見利忘理)
박기영 기자
2023.12.25 06:30:19
발전하는 금융사기…급등 주가 보면 이성적 판단 잃기 쉬워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2일 08시 5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거래소 구 황소상. 상승장(황소)이 하락장(곰)을 밀어내는 모습으로 주식시장 활성화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겼다. (제공=한국거래소)

[딜사이트 박기영 기자] "상장사 문제점 중 대부분은 주가가 오르면 해결됩니다."


한 상장사 관계자의 말이다. 실제로 상장사 주가가 오르면 가장 먼저 주주 불만이 없어진다. 회사 주인 자격을 나눠가진 주주들이 회사에 항의를 하지 않기 때문에 경영진이 자신감을 가지고 회사일에 몰두할 수 있다. 주가란 기업가치를 다른 단어로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회사가 성장하고 있다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가 된다. 이는 회사의 신용도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두번째로 자금조달이 용이하다. 특정 기관이나 큰손을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 투자 유치뿐만 아니라 시장 주주들을 대상으로 한 구주주 배정 및 일반공모도 가능하다. 사업 성장에 필수적인 투자 재원을 최소한의 지분희석으로 손쉽게 마련할 수 있다.


상장사 입장에서 신뢰와 현금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만능키'가 주가인 셈이다. 그래서 대부분은 상장사는 기업설명회(IR, NDR) 등을 통해 주가를 관리하고 신경쓴다. 애초에 상장사에 투자한 주주들 역시 자산가치 증대가 목적인 만큼 이런 움직임을 환영한다.

관련기사 more
'대표 구속' 숨긴 누리플렉스, 개미만 '멘붕' 2023년 IPO 시장이 끝난 후 검은 옷과 하얀 옷 'SG증권발 주가폭락' 라덕연 일당 "시세조종 부인" 外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여러 문제점이 생긴다. 이미 CB나 BW를 통해 투자를 받은 상황에서 주가가 내릴 경우, 심하면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로 인한 부도까지 염려해야 한다. 일부 코스닥 기업에서는 소액주주 운동이나 적대적 M&A(인수합병) 시도까지 벌어진다.


주가의 중요성은 회사도, 개인도 모두 알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주가를 놓고 황당하고 창의적인 사건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주가와 관련해 올해 가장 인상 깊었던 사건은 '라덕연 사태'와 '대양금속 주가조작 사건'이다. 라덕연 사태는 사실상 폰지사기를 벌이면서 유통주식수가 적은 중견 회사 8곳 주식을 이용했다. 폰지사기란 1920년대 북미 지역에서 활동한 사기꾼 '찰스 폰지'의 이름을 딴 사기 수법으로, 특별한 사업 아이템없이 후순위 투자자들에게 돈을 받아 앞선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돌려주는 돌려막기 수법을 이르는 말이다. 


라덕연은 선순위 투자자가 산 주식을 후순위 투자자에게 비싸게 파는 방식으로 돌려막기했다. 결국 마지막 투자자는 대규모 오버행(공급과잉)에 따른 투자 손실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폭탄 떠넘기기'를 지속한 셈이다. 떠돌던 폭탄은 갑작스런 반대매매로 터졌고, 라던역은 최근 7305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단순히 돌려막기에 그쳤을 폰지사기를 상장사에 엮어 금융사기로 만든 창의력이 눈에 띈다. 


대양금속 주가조작 사건도 결이 다르지만 특이하다. 주가조작 세력이 미수거래를 활용해 주가를 부양했다. 덕분에 주가가 폭락하자 수천억원에 달하는 미수금이 발생했다. 이 사건의 주범 중 하나인 이모씨는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장내에 팔아치우고 밀항해 도주했다고 한다. 그간 명동 사채 시장을 무대로 벌어지던 사채 활용 시세조종을 증권사의 감시망을 피해 합법적인 '미수 제도'를 활용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호재성 허위 발표를 하고, 이를 기점으로 주가조작 전담팀을 이용해 소위 '롤링(자전거래를 통한 주가 부양)'를 치던 것에 그쳤던 과거와 비교하면 눈에 띄는 발전이다. 물론 이런 발전 덕분에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아쉬운 점은 이런 발전이 시장에서 아주 잘 통했다는 점이다. 라덕연의 8개 종목이나 대양금속은 모두 주가 상승을 설명할 만한 호재가 없었다. 그저 주가가 급등하자 많은 투자자들이 이에 동조해 주식을 사들였다. 주가 이상 급등에 대해 경고한 이들은 아무도 없다.


현행법에서도 시세조종 행위는 '누구든지 상장주식 등의 매매에 관해 그 매매가 성황을 이루고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는 행위'로 정의됐다. 아무런 이유없이 통정매매로 주가가 오르면 투자자들이 주가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기 때문이다. 법리가 정립될 만큼 오래되고 반복적으로 사용된 수법이란 이야기다.


주식은 홀 아니면 짝 같은 도박이 아니다. 기업이 얼마나 성장할지에 대한 투자다. 기업가치에 대한 고민 없는 투자는 투기로 이어지고, 최악의 경우 증권 범죄사건의 피해자로 전락할 수 있다. 이런 피해는 증명도 구제도 쉽지 않다.


대학교수들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는 뜻의 견리망의(見利忘義)를 택했다고 한다. 투자 활동에서 의로움까지 찾을 필요는 없지만, 이성적 판단은 필수적이다. 굳이 사자성어로 표현하면 '옳을 의'자 대신 '다스릴 이(理)'자를 써서 '견리망이'를 조심해야 한다.


급등하는 주가(이로움)을 보면 이성적 판단을 잃기 쉽다는 뜻이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한국투자증권(주)
lock_clock곧 무료로 풀릴 기사
help 딜사이트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특별한 콘텐트입니다.
무료 회원 가입 후 바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more
딜사이트 회원전용
help 딜사이트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특별한 콘텐트입니다. 무료 회원 가입 후 바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회원가입
Show moreexpand_more
에딧머니성공 투자 No.1 채널 more
딜사이트 무료 회원제 서비스 개시
Infographic News
ESG채권 발행 추세
Issue Today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