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DB하이텍 주가가 6만원대로 올라서면서 DB아이앤씨(이하 DB)의 지주사 전환 리스크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이번 기회에 DB가 정공법으로 DB하이텍 지분을 30%까지 인수, 지주사 전환에 나설지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DB하이텍 종가는 27일 기준 5만7500원으로 전일 대비 2400원 하락했다. 현재 DB가 보유한 DB하이텍 지분은 12.42%(551만2783주).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DB가 보유한 DB하이텍 주식가액을 산출한 값은 약 3170억원이다. 

9월 말 기준 DB의 별도 기준 자산총계는 5287억4153만원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회사 주식가액이 총자산 절반 이상을 넘어서면 DB는 지주사 전환에 나서야 한다. 이날 산출된 DB하이텍 주식가액을 DB의 자산총계로 나눈 지주비율은 60%다. 관련법에 의거 DB는 언제든 지주사 전환에 나설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보유 자금이 넉넉치 않다 보니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DB는 상장사 1곳(DB하이텍)과 비상장사 3곳(DB메탈, DB월드, DB에프아이에스)를 지배하고 있다. 현행법상 지주사는 2년 안에 상장 자회사의 지분 30%를 확보해야 한다. DB가 DB하이텍 지분 17.58%를 시장에서 확보할 경우 단순 계산으로도 4000억원이 넘게 필요하다. 

연초 행동주의펀드 KCGI가 특수목적회사(SPC)인 캐로피홀딩스를 통해 DB하이텍 지분을 매집하면서 셈법은 더 복잡해졌다. 현재 KCGI는 DB하이텍 지분 7.05%를 보유한 2대 주주다. KCGI의 요구는 명확하다. 저평가된 DB하이텍의 거버넌스 개선을 통한 주가 상승이다. 

이에 DB하이텍은 KCGI의 요구를 수용하고 차세대 전력반도체 양산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기존 사업군인 8인치(200mm) 공정 부가가치를 키우기 위해 실리콘카바이드(SiC), 질화갈륨(GaN) 소재 웨이퍼 개발에 나선 상태다. 나아가 12인치(300mm) 공정 진출 가능성도 열어뒀다.

앞서 3월 주주총회에서 약속한 대로 DB하이텍이 기업가치를 6조원까지 끌어 올리면 주가 상승은 불가피하다. 계열사 지분으로 아직 그룹 내 강한 지배력을 갖고 있는 김준기 DB그룹 창업 회장이 반도체 사업에 각별한 만큼 DB하이텍을 매각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자금 부담을 감수하고 DB의 지주사 전환을 꾀할 가능성이 가장 큰 셈이다.

현재 DB의 곳간은 자력으로 DB하이텍 지분을 사들일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편은 아니다. 9월 말 기준 DB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61억원에 불과하다. 투자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익잉여금을 포함해도 실탄은 2000억원이 안 된다. 통상 곳간을 모두 헐어 자회사 지분을 매입하는 경우는 없다. 결국 채권 발행 등 외부 조달을 통해 자금 확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한 관계자도 "사실 공정위 규제는 득실을 따져 취할 수 없지 않냐"며 "지주사 전환이 시간문제인 만큼 채권 발행이나 주식담보대출 등 우호 지분을 포함해 DB하이텍 지분 30%를 확보하기 위한 외부 조달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DB그룹 관계자는 "공정위가 현재 DB에 지주사 전환을 통보한 것도 아니고, 자회사인 DB하이텍 주가 흐름이 내년에도 상승세를 나타낸다고 치더라도 (공정위 통보 이후) 2년 안에만 지주사 전환을 이뤄내면 된다"며 "충분한 시간이 있는 만큼 지주사 전환을 시급한 문제로 여기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