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남양유업 인수를 두고 홍원식 회장과 벌여온 기나긴 공방에 마침표를 찍었다. 대법원이 3심 판결에서 원심을 유지하고 한앤코의 손을 들어주면서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결과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시간만 지체됐을 뿐이라는 반응이다.

4일 대법원 민사2부는 한앤코가 홍 회장 및 오너일가를 상대로 제기한 주식양도 소송에 대해 한앤코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유지했다. 소송이 최종 한앤코의 승리로 돌아감에 따라 남양유업 최대주주도 단숨에 바뀌게 됐다. 홍 회장과 오너 일가는 한앤코에 보유지분 전량(52.6%)을 양도해야 한다.

한앤코는 지난 2021년 5월 홍 회장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지 약 3년 만에 남양유업을 품에 안게 됐다. 당시 홍 회장은 자사 제품인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며 3107억원을 받고 한앤코에 지분을 양도하기로 했다. 하지만 홍 회장이 돌연 '계약무효'를 주장하며 기나긴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SPA 체결 이후 처음 이상기류가 감지된 것은 홍 회장이 경영권 이전을 위한 임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으면서다. 홍 회장은 매각 결렬설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계약 이후 3개월이 넘도록 회장직을 유지하며 지분을 양도하지 않았다.

인수합병(M&A)이 늦어지자 한앤코는 8월 홍 회장에게 계약을 이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홍 회장은 같은 해 9월 돌연 매각 계약해지를 통보했고 오히려 위약벌 및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한앤코는 홍 회장의 의결권행사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맞불을 놓았고,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한앤코와 소송이 이어지던 시기 홍 회장은 대유위니아에 지분을 넘기려는 시도도 했다. 하지만 한앤코가 홍 회장 측의 계약이행을 막아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홍 회장의 이의신청은 기각됐으며 대유홀딩스는 홍 회장과의 계약 해제를 선언했다.

주식양도 소송의 1심 판결은 2022년 9월 이뤄졌다. 당시 법원은 한앤코의 승소를 판결했고 홍 회장은 즉각 항소했다. 이후 법원은 홍 회장이 제기한 위약벌 등 남양유업과 관련한 모든 소송에서 한앤코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2월 열린 항소심도 한앤코의 승리였다.

최종심은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2심과 달리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리지 않고 해당 안건에 대해 정식 심리를 하겠다고 선언해서다. 다만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와는 다르게 약 6개월 만에 판결이 결정됐고 남양유업은 한앤코 품에 안기게 됐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판결을 두고 당연한 결과가 나왔다고 반응하고 있다. 정상적인 절차로 계약을 진행한 한앤코가 패배할 수 없는 싸움이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홍 회장의 무리한 계약 파기가 회사의 경영공백을 이끌었다며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한앤코가 남양유업을 품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당연한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이제야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오너리스크를 해소한 남양유업도 정상화에 한걸음 다가가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