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메자닌 전문 사모펀드(PEF) 운용사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도미누스)가 무선통신 장비 제조기업 에이스테크놀로지 투자회수(엑시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최대주주에 오르기로 한 곳이 유상증자 자금을 납입하지 못하면서 공동투자자들도 자금 지급을 연기하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엔브이6홀딩스는 홍콩계 회사인 보디컴(BODHICOM)에 넘기기로 한 상환전환우선주(RCPS) 113만2687주(1.3%)의 1·2차 대금 지급일을 모두 내달 29일로 연기했다. 매매대금은 약 161억원이다. 엔브이6홀딩스는 도미누스가 에이스테크에 투자하기 위해 설립한 PEF다.

자금이 정상적으로 지급될 경우 322억원을 들여 RCPS를 인수했던 도미누스는 투자금의 절반 가량을 회수하게 된다. 하지만 인수자가 자금을 제때 납입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미 한 차례 자금 납입을 연기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보디컴은 지난달 19일까지 1차 자금(77억원)을 납입하기로 했으나 제 때 자금을 넣지 못했다. 이후 같은 달 20일 1차 지급일을 8일 뒤인 28일로, 2차 지급일은 이달 31일로 각각 미룬다고 공시했다.

보디컴의 RCPS 인수가 미뤄지는 것은 지난해 11월 최대주주에 오르기로 한 호주 투자사 오라이즈인베스트먼트(AURISE INVESTMENT)가 회사에 자금을 넣지 못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오라이즈의 에이스테크 최대주주 지위 확보가 늦어지며 보디컴도 자금 납입 시기를 조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콩계 자금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진 오라이즈는 에이스테크의 345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24%를 확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기한 내 자금을 넣지 못했고, 내달 29일까지 일정을 미뤄둔 상태다.

유상증자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며 도미누스의 투자금 회수도 차질을 빚게 됐다. 도미누스는 지난 2020년부터 전환사채(CB), 전환우선주(RCPS),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방식으로 수차례에 걸쳐 회사에 자금을 투입했다. 총 투자금은 1320억원에 달한다. 이중 회수한 자금은 지난해 9월 회사가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돌려받은 BW 100억원이 전부다.

도미누스가 손실을 입지 않기 위해서는 보통주 전환보다 상환을 택해야 한다. 최근 주가가 2000원을 밑도는 등 CB와 BW의 전환가액인 4930원, 1만3413원 보다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다만 회사에 대규모 신규자금이 유입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에이스테크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보유 현금이 62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유동성이 좋지 않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에이스테크는 현재 회사에 현금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투자금을 상환하기 위해서는 신규자금 유입이 필수"라며 "유상증자에 참여해 새롭게 최대주주가 되기로 했던 오라이즈인베스트먼트가 제때 자금을 넣지 못하면서 도미누스의 엑시트도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6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는 상정된 모든 안건이 부결됐다. 당시 OU TAIWEN 오라이즈인베스트먼트 투자부문장과 김대영 에이스테크놀로지 중국법인장을 사내이사로, LI HONG 브릿지트러스트 자본시장부문 부대표 및 GUAN YAO HNA 기술투자 홀딩스 이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고자 했으나 유상증자 자금이 투입되지 않으며 투표에 필요한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