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수빈 기자] 서울 중구에 우뚝 서 있는 '광희문'. 한양도성 4소문(四小門) 중 하나로 조선시대 때 '사대문 밖으로 시신을 내보내는 문(시구문)'으로 쓰였다. 근처 동대문과 달리 외지고 낡은 건물이 많아 주변 인적이 드물다. 하지만 조용한 이 동네에도 2030 젊은 세대가 모이는 '핫'한 장소가 있다. 12일 서울 익선동·대전 소제동을 명소로 키워낸 익선다다의 한식 다이닝바 '풍뉴(New)'를 방문했다.

대나무가 늘어선 입구를 지나자 가운데 물이 흐르는 커다란 테이블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통일 신라 시대 연회장 '포석정'을 현대에 맞게 재구현한 테이블이다. 포석정은 구불구불한 타원형 물길이 나 있어 연회가 열리면 물 위에 술잔을 띄우고 시를 읊으며 풍류를 즐기는 곳이었다. 박한아 익선다다 대표는 포석정에서 즐기던 옛 풍류를 재해석 했다는 의미에서 가게 이름도 '풍New'로 지었다고 설명했다.

주문을 마치자 주방에선 물 위로 식전주를 띄웠다. 물길을 따라 분홍색 탁주가 담긴 잔이 흐르자 포석정 테이블에 앉은 손님들 모두 신기한 듯 연신 사진을 찍었다. 이날 제공한 식전주는 막걸리 브랜드 '순진도가'의 '순진탁주 딸기'다. 손님 대부분이 2030세대 여성인 만큼 기호성 높은 딸기 막걸리를 제공하고 있다.

포석정 테이블은 단연 인기가 뜨겁다. 작년 6월 풍뉴 오픈 후 날씨가 추워지기 전까지 이 테이블에 앉기 위해 일찍부터 오픈런(매장 개장 전부터 줄을 서는 것)을 할 정도였다. 풍뉴의 전체 좌석 수는 34석으로, 평일 저녁과 주말 예약은 보통 2~3일 전에 대부분 마감된다. 

풍뉴는 증류주, 약주, 탁주 등 다양한 전통주를 판매하고 있다. 이 중 가장 주문 빈도가 높은 건 풍뉴가 전통주 양조장을 통해 생산하는 '풍New 복숭아막걸리'다. 직접 마셔보니 백도와 납작 복숭아가 섞인 달콤한 향이 일품이었다. 이를 증명하듯 대부분의 테이블에 풍뉴의 시그니처 막걸리가 놓여있었다.

전통주에 어울리는 퓨전 한식 메뉴들도 맛볼 수 있다. '바지락 술찜', '두부 배추전골' 등 따뜻한 요리와 '깻잎듬뿍 차돌 들기름 막국수', '명란 감태주먹밥을 곁들인 육회', '김치전 차돌 볶음' 등이다.

베스트 메뉴 중 하나인 명란 감태주먹밥을 곁들인 육회는 청어알 젓을 섞어 만든다. 육회는 톡톡 터지는 청어알을 품고 있어 식감이 훌륭했다. 여기에 '명란+마요네즈' 소스를 얹은 주먹밥까지 더하니 향긋한 전통주가 술술 넘어갔다. 김치전, 감자채전도 인기가 좋다. 전통 한식과 달리 김치전 위에는 볶은 차돌이 올라간다. 체다치즈를 녹여 만든 감자채전은 치즈피자처럼 느껴졌다.

풍뉴는 시즌 메뉴도 선보일 계획이다. 현재는 '문경 송어 아보카도 타르타르'와 '제철 감귤 브라타 샐러드'를 준비 중이다.

박 대표는 올해 주목해야 할 식음료(F&B) 트렌드로 한식 퓨전 다이닝 바를 꼽았다. 실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일식 맡김차림이 유행했지만 작년부터는 한식을 기반으로 고급 요리와 전통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이닝바가 인기를 끌고 있다.

박 대표는 "전통주나 한식 관련 식자재를 활용한 요리들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며 "한식의 이미지가 고급스럽고 트렌디하게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풍뉴 매장 소비층만 보더라도 한식에 고가의 비용을 쓰는 걸 주저하지 않고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며 "올해는 한식 퓨전 다이닝 바에 대한 인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