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글로벌 전기차 기업 BYD(비야디)와 테슬라간의 가격인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그룹도 가격 인하 대열에 본격 합류했다. 고객의 구매 부담을 낮춰 시장점유율을 지키려는 전략이다.

2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BYD와 테슬라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비싼 전기차에 대한 수요 둔화가 예상됨에 따라 가격경쟁력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테슬라가 가격인하를 주도했다면 올해는 BYD가 먼저 나섰다. BYD는 올해 중국, 유럽 등에서 가격을 인하했고, 테슬라도 가격인하 경쟁에 가세했다.

BYD는 최근 독일에서 전기차 가격을 15% 내렸다. 이에 따라 주력 차종인 SUV 아토3의 가격은 4만유로(약5800망원) 이하로 낮아졌다. 이에 맞서 테슬라는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에서 최대 10.8% 가격인하를 단행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현대차그룹도 가격인하 경쟁에 합류했다. 가격인하 흐름을 거스를 경우 전기차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대차, 기아는 현재 판매중인 전기차 모델에 한해 최대 7500달러(약 990만원) 현금할인에 나섰다.

이는 IRA(인플레이션감소법) 수혜공제액과 동일한 규모다. 미국 정부는 IRA 규정에 따라 북미에서 생산된 특정 조건의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 보조금을 주고 있다. 미국 전기차 공장이 완공되지 않아 IRA 보조금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대차와 기아는 보조금과 동일한 액수를 자체적으로 인하해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국 시장은 현대차그룹이 가장 주력하고 있는 시장 중 하나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 마케팅을 강화해왔으며 그 결과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총 9만4340대(점유율 7.9%)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테슬라(55.1%)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테슬라의 점유율은 전년 대비 10%포인트 줄어든 반면 현대차그룹은 0.8%포인트 상승했다.

IRA 시행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지원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2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현대차그룹이 리스와 렌트 등 상업용 시장을 적극 공략한 것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IRA는 북미에서 조립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지만 상업용 차량은 북미에서 조립하지 않았더라도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이외에 다른 국가에서의 가격할인 정책 추진 여부는 밝히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유럽 등에서도 가격할인 정책을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 주요국가에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이미 영국과 스웨덴은 보조금 지급을 종료한 상태다. 독일은 올해까지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1년을 앞당겨 지난해 말 중단을 결정했다. 프랑스는 프랑스판 IRA라고 불리는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을 시행, 사실상 유럽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키로 했다. 현대차 중에선 체코 공장에서 생산하는 코나 일렉트릭만 포함됐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유럽 국가에서 전기차 보조금 중단, 축소 사례가 늘면서 전기차 시장 전체가 둔화되고 있는 모양새"라며 "이에 따라 테슬라, 폭스바겐 등이 가격할인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어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현대차, 기아도 가격인하 정책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