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LG디스플레이가 2년 연속 자본적 투자(CAPEX) 규모를 대폭 줄인다. 향후 투자금 회수 여부가 불확실한 만큼 매출이 담보된 수주형 사업 위주로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1년에 갚아야 하는 순차입금만 3조원이 넘어서는 만큼 보수적인 대응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김성현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24일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CAPEX는 (전년대비 31% 축소된) 3조6000억원 규모로 집행됐다"며 "올해도 고객과 협의된 수주 프로젝트 중심으로 2조원대 투자를 집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 LG디스플레이는 7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여전히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건 전방시장 불안이 크기 때문이다. 갚아야 할 순차입금 규모도 13조원에 육박한다. 채무 상환 기간은 3.8년. 매년 갚아야 하는 돈은 이자비용을 제외하고도 3조원이 넘는다. 

유상증자로 1조원 넘는 돈을 조달할 예정이지만 소요 비용을 모두 충당하기는 무리다. 결국 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큰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에 집중한 CAPEX 집행이 이뤄질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4분기 말 LG디스플레이 면적당 패널 평균판매가격(ASP)은 1064달러(약 142만원)로 전년 동기 대비 50.3% 증가했다. 이는 수익성이 높은 애플 아이폰15 시리즈에 소형 OLED 패널 납품이 이뤄져서다. 올해도 신형 아이폰 및 아이패드 시리즈 납품으로 면적당 패널 판가, 전체 실적으로 어느정도 보전하겠다는 전략이다. 

김성현 부사장은 "지난 수년간 원가혁신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 고도화를 추진해왔다"며 "성과가 점차 가시화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TV용 대형, IT용 중소형 등 OLED 패널 전 응용처에서 경쟁력을 높여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확보하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상반기 호재로는 애플의 신형 아이패드 시리즈 출시가 꼽힌다. 애플은 2024년형 아이패드에 사상 처음으로 OLED 패널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고휘도, 전성비가 요구되는 IT용 OLED 패널은 기존 스마트폰용 OLED 패널보다 가격이 비싸다. LG디스플레이는 아이패드 일부 물량에 중형 OLED 패널을 납품할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IT용 OLED 패널 양산 준비는 계획대로 차질없이 진행 중"이라며 "그간 기술 경쟁력을 축적해 온 투 스택 탠덤(Two Stack Tandem) 증착 기술을 토대로 (고객사 납품을 마치면) 사업 구조 고도화와 함께 체질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4분기 LG디스플레이는 1317억원 규모 분기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4분기 분기 매출은 7조39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각 21조3308억원, 2조5102억원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