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현대글로비스가 오토비즈(중고차) 영역에서 보폭을 넓혀나가고 있다. 중고차 '경매'라는 한정된 울타리에서 벗어나 '중개'로 활동반경을 키우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20여년간 중고차 경매에서 쌓은 노하우를 토대로 시장 진입장벽을 뛰어넘겠다는 구상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해운글로비스는 지난해 중고차 사업 20주년을 맞았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003년 중고차 경매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오토비즈'의 포문을 열었다. 현대글로비스가 2001년에 설립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고차는 초석과 다름없는 셈이다.

업력이 쌓인 만큼 현대글로비스는 중고차 경매 분야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현재 전국 4곳(인천·분당·시화·경남 양산)에서 운영 중인 경매센터에는 월평균 1만여대의 차량이 출품되고 있다. 이는 매달 국내 경매시장에 출품되는 차량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이러한 중고차 매입 역량을 기반으로 수출도 전개하고 있다. 수입국 현지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남미와 중동, CIS(독립국가연합·옛 소련권 국가 모임) 등에 중고차를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중고차는 해운 보다는 부가가치가 낮은 터라 현대글로비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약한 편이다. 현대글로비스의 3대 사업분야(물류·해운·유통) 중 유통에 속해있는 중고차의 지난해 매출은 7060억원 수준이다. 이는 현대글로비스의 총 매출액인 25조6830억원의 2.7%에 불과한 금액이다.

현대글로비스가 중고차 사업 영역을 기존 '경매'에서 '중개'로 넓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글로비스는 재작년부터 중고차 중개업에도 뛰어들었는데, 이는 초창기 사업인 중고차의 매출 기여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022년 1월 중고차 중개 플랫폼인 '오토벨'을 론칭하며 관련 시장에 뛰어들었다. 기존 경매업이 딜러와 전문업체를 대상으로 한다면 중개업은 딜러와 일반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서비스의 주 이용층이 차량 판매자에서 차량 구매자로 확대된 셈이다.

하지만 오토벨은 후발주자인 만큼 아직 시장에서의 인지도는 약한 편이다. 구체적인 점유율은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엔카닷컴'과 '케이카'가 2강을 형성하고 있고 그 뒤를 'KB차차차', '헤이딜러' 등이 뒤따르는 구도로 보고 있다. 이들은 업계 탑티어(Top-Tier)로서 확고한 강점을 갖고 있어 오토벨과 같은 신생 브랜드의 추격을 쉽사리 허용하지 않을 거란 분석이다.

중고차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오토벨은 과거 SK라는 같은 뿌리에서 시작된 엔카닷컴과 케이카와 무려 20년의 격차가 있다"며 "특히 케이카는 직접 매입이라 매물수는 적지만 직영이라 차량 신뢰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KB차차차는 실차주 매물일 뿐 아니라 금융사(KB캐피탈)에서 운영하는 만큼 대출연계, 대출비교 등에서 장점이 있고, 헤이딜러는 최근 배우 한소희를 내세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인지도를 크게 끌어 올렸다"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중고차 경매 사업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살려 중매업에서도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잡겠다는 구상이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방대한 중고차 거래 데이터를 인공지능(AI) 머신러닝을 통해 분석함으로써 더욱 정확한 견적을 제공해 부당한 감가를 당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며 "딜러가 아닌 전문 평가 컨설턴트가 상담, 매각, 명의 이전 등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오토벨의 장점"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