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롯데웰푸드가 광고선전비 지출과 비교해 연구개발(R&D) 투자에는 상당히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롯데푸드를 품에 안은 뒤 이러한 비대칭구조가 더욱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시장에선 인기제품 판매 확대에만 급급해 정작 핵심경쟁력인 혁신기술과 신제품 개발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롯데웰푸드의 최근 5년간 R&D 투자를 살펴보면 연결 매출액 대비 1%를 채 넘지 못했다. 오히려 2019년 0.67%(140억원)에서 작년 3분기 누적 0.55%(169억원)로 0.12%포인트 하락했다. 이 기간 정량적인 규모는 소폭 늘었지만 2022년 계열사인 롯데푸드를 흡수한 이후 매출 증가분만큼의 R&D 투자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국내 주요 경쟁사들과 비교해도 롯데웰푸드의 R&D 지출 비중은 현저히 낮은 편이다. 대표적으로 CJ제일제당과 농심의 경우 작년 3분기까지 연결 매출 대비 R&D 비용으로만 1.3%(1744억원)와 0.8%(208억원)를 각각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웰푸드보다 매출 대비 비중이나 규모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반면 롯데웰푸드는 광고선전에는 아낌없이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실제 2019년 연결기준 358억원 남짓이었던 이 회사의 광고선전비는 2022년 721억원으로 불과 3년 만에 101.4%나 급증했다. 작년에도 3분기까지 누적 601억원을 쓰며 같은 기간 R&D 투자 대비 3배 이상의 비용을 지출했다.

일각에선 롯데웰푸드가 본연의 제품경쟁력 강화보다는 대외적인 광고홍보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국내 식품기업들의 고질적인 문제점과도 무관치 않다. 국내 식품기업들은 오래된 히트상품에 과하게 의존하거나 새로운 제품 개발보다는 기존상품의 리뉴얼 혹은 타사 인기제품 모방 등으로 매출을 발생시키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동일한 범주내 1등 상품과 유사제품을 만드는 방법은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하는 최적의 방법으로 통하고 있다.

롯데웰푸드 역시 해마다 평균 100여건 이상의 R&D 실적을 내놓고 있지만 이 가운데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찾기는 쉽지 않다. 작년에는 하반기 출시한 '오잉 노가리칩 청양마요맛' 제품이 앞서 경쟁사에서 출시한 제품을 모방했다는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당시 롯데웰푸드보다 두 달 이상 빨리 출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농심의 '먹태깡'은 롯데웰푸드의 신제품과 제품 성분이나 맛 등이 유사하다는 시장 반응이 이어졌다.

시장 관계자는 "국내 식품기업들이 타 업종에 비해 R&D 투자 비중이 낮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혁신기술과 신제품 개발 등에 대한 투자에 소홀하고 당장의 제품 판매 확대에만 몰두한다면 중장기 경쟁력은 저하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롯데웰푸드 측은 "최근 광고선전비가 크게 늘어난 건 제로 브랜드 등을 신규로 론칭하면서 광고를 확대한 결과"라고 밝혔다. 아울러 "당사를 포함해 국내 주요 제과기업들의 광고선전비는 비교적 높게 유지하고 있으며 향후 유사제품의 확산 등 시장 내 경쟁이 심화될 경우 광고선전비가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