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마세라티가 국내 진출 17년 만에 사업운영 주체가 바뀌는 대변화를 앞두고 있다. 국내에서의 수입과 판매를 전담해온 FMK(포르자모터스코리아)의 손을 떠나 스텔란티스코리아 휘하로 들어간다. 다만 마세라티는 스텔란티스 본사 직속으로 편제된 세일즈인 터라 국내법인(스텔란티스코리아) 총괄자인 방실 대표가 아닌 외국인 임원이 헤드를 맡는다.

14일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오는 7월경 '마세라티코리아'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마세라티코리아는 알려진 것과 달리 별도의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설립되는 법인 형식은 아니다. 스텔란티스코리아 산하에 '마세라티 사업부문'이 들어서게 되는데 대외적으로 이를 마세라티코리아라 칭할 뿐이다. 때문에 마세라티를 총괄할 CEO(최고경영자)도 존재하지 않게 된다.

본래 마세라티는 스텔란티스코리아의 전신인 FCA(피아트·크라이슬러)코리아 시절 때부터 FMK가 관련 사업을 주도했다. 지난 2007년 마세라티가 국내에 진출한 이후 17년여 간 효성그룹 계열인 FMK에서 수입과 판매를 사실상 전담했다. 지난 2021년 FCA코리아와 PSA(푸조·시트로엥)코리아의 합병으로 스텔란티스코리아가 출범한 이후에도 이러한 사업구조가 이어졌다.

마세라티가 푸조, 지프 등과 함께 스텔란티스를 대표하는 브랜드 임에도 '별동대' 취급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푸조와 지프의 판매실적이 스텔란티스코리아에 포함되는 것과 달리 마세라티는 FMK의 성과로 들어간다.

업계에서는 스텔란티스코리아가 국내 마세라티 사업을 직접 챙기기로 결정한 배경과 관련해 마세라티가 직면해 있는 현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마세라티는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수입차 선호도가 높아진 가운데서도 최근 판매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 실정이다. 지난 2019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1260대가 팔린 마세라티는 ▲2020년 932대 ▲2021년 842대 ▲2022년 554대 ▲2023년 434대로 실적이 급감했다.

마세라티가 부진하게 된 이유로는 우선 애매한 가격대가 꼽힌다. 마세라티는 '이태리산' 슈퍼카 중에서는 다소 어중간하게 포지셔닝 돼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대당 수억원에 달하는 슈퍼카를 구매할 여력이 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1억원대' 이미지가 강한 마세라티 보다는 페라리나 람보르기니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또 신차 출시가 경쟁 브랜드 보다 더디고 시장의 눈길을 끌만한 마케팅이 수반되지 않았다는 점도 입지가 줄어들게 된 원인으로 꼽힌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스텔란티스코리아가 마세라티 사업 전반을 운영하게 됐음에도 방실 대표의 권한 밖에 놓인다는 점이다. 마세라티코리아는 법인 형식이 아닌 스텔란티스코리아 산하의 부분단위 조직 임에도 방 대표의 보고 및 결재 라인에 포함되지 않는다. 마세라티는 스텔란티스그룹 본사에 소속된 외국인 부문장이 사업을 총괄한다. 별동대처럼 여겨지던 마세라티의 국내 사업 방식이 유지되는 셈이다.

현재 시트로엥, DS오토모빌 비즈니스가 무기한 중단된 만큼 스텔란티스코리아 새 사령탑에 오른 방 대표는 푸조와 지프만 주력하면 된다.

스텔란티스코리아 관계자는 "향후 사내에 마세라티 사업부문이 꾸려지더라도 방실 대표의 업무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그룹에서 워낙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보니 조직 구성이 다소 복잡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