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이두복 흥국자산운용 대표이사 후보자가 리테일(개인금융) 확대라는 숙제를 떠안았다. 흥국자산운용은 기관영업 중심으로 '채권 명가'의 명성을 떨쳐왔다. 여기서 더욱 나아가 ETF(상장지수펀드) 등으로 수익원을 다각화하는 방안 또한 이 후보자가 해결해야 할 몫이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흥국자산운용은 이달 21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 이 후보자의 선임 안건을 상정했다. 이 안건이 의결된다면 이 후보자는 제 11대 대표로서 흥국자산운용을 새롭게 이끌게 된다.  

흥국자산운용은 "이 후보자는 주요 금융기관에서 두루 근무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회사의 중장기적 비전을 제시하고 공유하며 회사의 성장과 공익성 및 건전경영에 노력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대표 후보자로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불름버그와 KB자산운용 등에 몸담았고 미래에셋증권에서 글로벌채권운용 본부장, 채권부문 부문대표를 각각 거쳐 리스크관리부문 부문대표(부사장)를 역임했다. 채권 분야에서 주로 경험을 쌓아온 전문가로 볼 수 있다. 

흥국자산운용의 전체 펀드 및 투자일임 운용자산(AUM)에서 채권 비중이 높은 점을 고려한 인사로도 볼 수 있다. 흥국자산운용은 15일 기준으로 전체 펀드 및 투자일임 운용자산 38조6597억원을 기록 중인데 채권 비중이 23조8272억원(61.6%)에 이른다. 

흥국자산운용은 계열사인 흥국생명 등의 투자자산을 일임받으면서 몸집을 불리기도 했다. 보험사 투자자산은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용되어야 하는 만큼 주식보다는 채권 중심으로 꾸려지게 된다. 흥국자산운용의 투자일임재산은 2023년 12월 기준 24조3919억원인데 보험사 고유계정(11조6426억원)와 특별계정(11조2009억원)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를 고려하면 이 후보자는 채권 부문에서 흥국자산운용의 강점을 지속해서 살려 나가는 데 적임자로 볼 수 있다. 

주목할 부분은 흥국자산운용이 최근 몇 년 동안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ETF 등 리테일 영업 부문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도 안게 됐다는 점이다. 

흥국자산운용은 2015년 첫 ETF 상품 'HK S&P코리아로우볼'을 내놓았다. 국내 첫 ETF 상품이 2002년에 나온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후발주자로 볼 수 있다. 그 뒤 2022년에 2종, 2023년에 1종을 추가해 현재 ETF 상품 4종을 운용하고 있다. 

앞서 내놓은 3종의 상품은 주식 관련 지수를 추종하는 반면 2023년에 나온 'HK 종합채권(AA- 이상) 액티브'는 채권형 ETF다. 흥국자산운용이 채권 운용에 강하다는 점을 어필하면서 전체 ETF 라인업을 차츰 확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흥국자산운용의 전체 ETF 규모는 15일 순자산총액 기준으로 1228억원에 머무른다. 전체 자산운용사 중 14위 수준이다. 흥국자산운용이 38조원대의 전체 펀드 및 투자일임 운용자산을 갖춘 점을 고려하면 ETF 시장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볼 수 있다. 

흥국자산운용 관계자는 "올해 신규 ETF 출시와 관련해서는 내부 협의가 진행 중이며 구체적 일정이 잡히진 않았다"면서도 "올해 안 출시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