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호정 기자] 국내 면세점들이 작년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사드 보복조치로 빠진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빈자리를 따이공(중국 보따리상)이 효과적으로 메워준 덕분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지난 1일부터 개정된 전자상거래법을 적용, 개인판매자 옥죄기에 나서면서 국내 면세점들이 올해도 따이공 특수를 누릴 수 있을지 물음표가 붙고 있다.

16일 한국면세점협회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작년 국내 면세점은 총 18조960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당초 19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됐던 것에 비해선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사상 최대 수준이자 2017년(14조4684억원) 대비 31% 증가한 금액이다. 유커 감소에도 매출이 늘었던 것은 사드 한파에 따이공들이 물품 대리구매에 대거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총 매출액의 81%에 해당하는 15조3520억원은 시내 면세점에서 창출됐다. 또한 화장품 매출액이 10조7270억원으로 전체에서 56.6%를 차지했다. 이외 단일 면세점 가운데 매출이 가장 높았던 곳은 롯데면세점 소공동으로 작년 4조202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어 신라면세점 서울점이 2조8842억원,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이 1조9863억원을 기록해 2, 3위를 차지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빅3’ 면세점으로 불리는 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이 전체의 80.6%에 해당하는 15조2913억원에 달했다는 점이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은 31%, 비중은 2.2%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뒤늦게 면세사업에 뛰어든 현대백화점은 그렇다손 쳐도 나머지 중소면세점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이어졌던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산업에 대한 이해도는 물론 브랜드 유치 역량에서 차이가 나다 보니 ‘빅3’ 면세사업자에 대한 편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정부가 앞장서 중소면세점 우대 정책을 펴고 있지만 사실상 해법이 되진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소면세점의 경우 송객수수료를 높여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데 상반기 입국장 면세점과 시내 면세점 특허가 추가되면 송객수수료 상승으로 현재보다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송객수수료는 면세점이 단체관광객을 데리고 온 대가로 여행사에 지급하는 금액이다. 중소면세점들은 대기업에 비해 상품 경쟁력에서 밀리자 송객수수료를 높여 손님을 모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송객수수료는 매출액의 10% 안팎인 반면, 중소면세점은 많게는 40%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드 해제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유커의 유입이 제한적인 가운데 중국 정부가 지난 1일부터 개정된 전자상거래법을 시행하면서 작년과 같은 따이공 특수도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개정된 전자상거래법은 다이궁 등 온라인에서 물품을 판매하는 개인도 사업자 등록을 해야만 판매가 가능토록 한 것이 주요 골자다. 위반할 경우 200만위안(한화 약 3억2400만원)에 달하는 과징금이 부과된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는 자국의 유명 휴양지인 하이난에 면세점을 활성화하는 ‘리다오 면세정책’을 시행 중이다. 자국 면세사업 강화에 나선 셈인데 이는 자국민의 해외 소비를 자국으로 돌리는 동시에 내수소비 진작하기 위해서다. 가격경쟁력이나 신뢰도 측면에서 국내 면세점이 중국보다 우세하지만 이 역시 적잖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따이공에게 의존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국내 면세점의 경쟁력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며 “국내 면세점들이 중국을 넘어 동남아 지역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해외 관광객 수는 늘지 않고 있는데 관광활성화를 위해 시내면세점을 늘린다는 정부의 입장은 비논리적”이라며 “중국이 면세사업을 본격화 한 만큼 국내 사업자들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