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공략,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다해줘야”
이진욱 브리치 대표② “‘시스템’이 아니라 ‘스킨십’이 핵심이다”
매일 수백 개의 온라인 쇼핑몰이 생기고 오프라인 상점이 문을 연다. 수많은 사람이 커머스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지만 살아남는 사람은 극소수다. 치열한 커머스 시장에서 생존을 넘어 거대한 성공을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큰 성과를 거둔 달인들의 노하우와 인사이트를 들어본다.


[IT·창업 칼럼니스트 정진욱] Q.1년 만에 가로수길에 있는 웬만한 로드숍 DB를 모았다고 하셨는데 어느 정도를 모은 건가요.


대략 100개 정도를 모았어요. 이 정도를 모으니 월 거래액이 5000만원 정도 나왔어요. 전체 상점 수와 거래액 자체가 엄청 큰 건 아니었지만 말씀드린 대로 저희의 가능성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한 숫자였어요. 한정된 지역에서 그동안 온라인 접점이 없던 곳들을 이 정도로 모으는 게 생각보다는 어려운 일이거든요. 그 사이 저희와 경쟁하던 서비스들이 모두 사라졌고 브리치만 남은 걸 보면 알 수 있죠.  


Q.경쟁자들은 오프라인 로드숍의 온라인화에 실패했는데 브리치는 어떻게 성공한 건가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오프라인 점주들을 설득했는지 궁금합니다.


▲오프라인 로드숍을 방문해 입점을 권유하는 브리치 팀원들


몇 가지 포인트가 있는데 한 가지는 지역을 가로수길 한곳으로 한정했다는 거예요. 가수로길에서 브리치를 다 쓰면 다른 지역 확장은 훨씬 쉬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가로수길 몇몇 상점이 브리치 입점 후 온라인 매출이 생기면서 알아서 지역에 입소문이 났어요. 지역이 좁았던 만큼 소문도 빨랐죠. 그렇게 가로수길에서 유명한 서비스가 되고 나니 압구정동으로 가서도 할 말이 생겼어요. '가로수길 로드숍은 다 쓰는 플랫폼이다'라는 거죠.


더 중요한 건 시스템으로 접근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시스템이 없었다는 게 아니라 시스템을 앞세우지 않았다는 뜻이에요. 처음 가로수길 로드숍을 설득한 방법이 '저희가 다 해드릴게요. 입점만 해주세요'였어요.


제휴를 허락한 로드숍에 3명이 한 조로 방문해요. 포토그래퍼, MD, 서브 MD 이렇게 3명이에요. 서브 MD가 모델이 돼서 제품을 착용하고 포토그래퍼가 제품과  매장 사진을 찍어요. MD가 사장님한테 제품 설명을 하나하나 다 받아 적고요. 방문도 사장님 편한 시간으로 맞춰요. 장사 끝나고 오라고 하면 밤늦은 시간까지 기다렸다 찾아가 사진 찍고 제품 설명 받아 적었죠. 그렇게 회사로 돌아오면 잘나온 사진을 고르고 포토숍으로 수정하고 제품 설명을 입력해요. 초기 컨시어지 서비스를 했을 때는 주문이 들어오면 배송까지 저희가 도맡아 했어요. 이렇게 다 해드리니까 일선 로드숍 만족도는 당연히 높았죠. 들어가는 품은 없고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판로가 열리니까요.


다른 기업들은 저희처럼 모든 걸 다해주는 게 아니었어요. 사장님들이 직접 사진 찍고 제품 설명 올릴 수 있는 시스템을 열고 알아서 올리라고 설득하는 방식이었죠. '시스템이 잘 돼 있어서 상품 등록이 어렵지 않다. 입점하면 이런저런 혜택이 있다' 이렇게 영업을 한 거예요. 하지만 지금껏 온라인 없이도 장사하신 분들에겐 당장 사진을 찍어 시스템에 등록하는 게 그만큼 간절하지도 또 쉬운 일도 아니었죠.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 구축이 이래서 어려운 거 같아요. 온라인 경험과 이해도가 낮고 필요도 크게 느끼지 않는 분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하나하나 다 직접 해줘야 하는데 이러면 속도가 느리고 모든 게 다 대면으로 진행되다 보니 이런저런 변수도 생기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1년 동안 모은 100개라는 오프라인 로드숍 숫자가 의미가 있었던 거예요.


Q.모든 걸 직접 해주는 방식으로 로드숍을 설득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을 계속 유지하기는 힘들었을 거 같은데 실제 어땠나요.


로드숍을 입주시켰다고 끝이 아니에요. 매일 신상품이 나오니 계속해서 주기적으로 입주 매장을 방문해 제품 정보를 업데이트해줘야 했어요. 저희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물리적 한계가 있잖아요. 입점사가 많아질수록 자연스럽게 신상 업데이트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어요. 일주일에 한 번 하던 매장 방문이 2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으로 방문 주기가 길어졌어요. 입주사가 100개가 넘은 시점부터는 한 달에 한 번 방문도 힘들었죠. 이때부터 입주사가 알아서 제품 정보를 올릴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는 걸로 접근 방식을 바꿨어요.


Q.기존 경쟁자들이 시스템으로 접근해 실패를 맛봤는데 브리치는 어땠나요. 기존 입주사들의 반발은 없었나요.


물론 입주사 반발이 있었어요. 100여개 입주사 중에 절반가량이 스스로 제품 정보를 올리는 걸 거부했어요. 나머지 입점사들은 저희 사정을 이해해줬어요. 저희가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 서포트를 했다는 걸 현장에선 알았거든요. 입점사가 늘어날수록 저희의 방문 주기가 길어지면서 신상 업데이트가 늦어지는 걸 경험한 분들은 오히려 직접 등록할 수 있게 된 걸 반겼어요.


일단 온라인이란 기존에 없던 채널에서 매출이 일어나는 걸 경험한 덕분에 조금 귀찮아도 직접 제품 정보를 등록할 동인이 생긴 거죠.


기능적으로 최대한 간단하게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노력했어요. 다른 대형몰들은 여러 기능이 많아 사용이 복잡했어요. 저희는 최대한 필요한 기능만 넣으려고 고민했어요. 기능을 없애는 작업을 많이 했죠.


이때는 이미 경쟁사가 모두 사라지고 시장에 저희만 남은 상황이었어요. 1년간 현장에서 입주사와 직접 소통하며 유대감을 키우고 경쟁자가 없는 상황에서 천천히 시스템으로 유도한 결과 서비스 전환을 연착륙시키고 이후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어요.


▲각지의 오프라인 로드숍 제품을 한곳에 모아 판매하는 브리치의 '리치마켓' 행사장 모습


Q.현장을 뛰면서 쌓은 유대감이 브리치의 가장 큰 장점인데 이런 장점이 사라졌습니다. 오프라인 로드숍과 좋은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오프라인 로드숍의 온라인화를 돕는 플랫폼이란 브리치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어요. 서비스가 어느 정도 커지면서 다양한 곳에서 협업 제안이 왔어요. 브리치에 입점하고 싶다는 대기업 브랜드도 많았고, 백화점에서도 매장을 내보자는 제안이 있었어요. 결과적으로 당장 매력적인 여러 제안을 다 거절하고 오프라인 로드숍과만 일했어요. 배달의민족이 매력적인 건 대형 프랜차이즈 외에 색깔 있는 독립 매장이다수 입점했기 때문이잖아요. 브리치도 이렇게 색깔 있는 독립 로드숍들 대변하는 서비스로 성장하려고 노력했어요.


더 중요한 건 실제 오프라인 로드숍의 매출에 기여하는 거예요. 아무리 취지가 좋고 의미가 있어도 실제 매출에 도움이 안 되면 소용이 없잖아요. 그래서 입점사의 매출 증대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고 일정 부분 매출 증가에 기여한다는 걸 증명해냈어요.


또 이전처럼 모든 입점사를 주기적으로 방문하지는 못하지만 전체 서비스나 개별 입주사 매출에 큰 변화가 있을 때마다 전화로 이슈를 설명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어요.


한편, 이진욱 브리치 대표는 지마켓 전략기획그룹과 신사업팀을 거쳐 위메프 패션·뷰티 사업총괄로 온라인 커머스 경험을 쌓았다. 위메프에서 4년간 근무한 후 2015년 오프라인 독립 패션 로드숍의 온라인 진출을 돕는 스타트업 '브리치'로 본격 창업에 나섰다. 브리치는 현재 전국에 2000여 개 오프라인 회원사를 모으며 총 75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2018년 거래액 400억원을 돌파하며 국내 대표 오프라인 패션 로드숍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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