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동국제강이 우량기업 지표인 신용등급 A로의 화려한 복귀를 꿈꾸고 있다. 동국제강은 최근 몇 년간 과감한 자산 정리와 경쟁력 중심의 사업재편 등을 통해 재무개선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신용등급 상향 조건을 충족하기에는 풀어야 할 선결과제가 남아있다.
2013년 동국제강 신용등급은 기존 A+(안정적)에서 BB(부정적) 등급까지 추락했다. 당시 동국제강은 브라질 고로 건설을 위한 대규모 투자 집행과 함께 주력사업이었던 후판부문 적자가 누적되면서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된 시기였다. 실제 2009년 3조4187억원이던 동국제강 총차입금(연결기준)은 2013년 말 5조2133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동국제강은 재무안정성이 크게 악화되자 과감한 자산 정리와 사업재편에 박차를 가했다. 2015년 계열사인 유니온스틸 흡수합병을 시작으로 체질 개선을 본격화한 것이다. 이후 본사 사옥인 페럼타워 매각, 비핵심자산 매각 등 조직 슬림화 및 수익성 극대화를 위한 과감한 구조조정을 감행했다.
동국제강은 품목별 사업 구성에도 큰 변화를 꾀했다. 한때 전체 매출의 40%를 웃돌았던 후판의 경우 포항 1~2후판공장을 잇달아 폐쇄하며 사업 규모를 대폭 축소시켰다. 반면 철근은 인천공장 투자를 통해 주력 매출품목으로 끌어올렸다. 이로 인해 동국제강의 제품별 사업 비중은 봉형강이 52%, 냉연이 32%, 후판이 13% 순으로 크게 조정됐다.
동국제강의 사업 재편은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철근은 최근 3~4년간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으며 동국제강 이익에 큰 보탬이 됐고, 냉연사업을 흡수함으로써 각 품목에 가해졌던 실적 부담도 한결 덜었다. 무엇보다 그 동안 만성적자에 시달렸던 후판 비중을 대폭 축소한 것은 기업 전반의 적자를 줄이고 흑자경영으로 돌아서게 한 중요한 토대가 됐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동국제강은 2017년 BBB-(안정적)으로 신용등급을 한 차례 끌어올리며 다시 투자적격기업으로의 면모를 되찾았다. 동국제강은 이에 그치지 않고 신용등급을 A까지 끌어올린다는 중장기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하지만 단기간내 신용등급 A로의 복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제시한 등급 상향 조건을 충족하기는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동국제강의 등급 상향조정 변경 요인 중 하나로 차입금의존도 40% 미만을 제시했다. 반면 올 3분기 말 동국제강의 차입금의존도(연결기준)는 50.2%에 달하고 있다. 등급 상향을 위해서는 10%포인트 이상 줄여야 하는 셈이다.
게다가 동국제강은 최근 브라질 합작회사인 CSP제철소에 추가 출자를 결정했다. 브라질 CSP제철소는 당기순손실 규모가 누적되면서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동국제강은 올해부터 3년간 CSP제철소 합작지분 30%에 해당하는 1억5000만달러(약 18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인데 올해만 4500만달러(약 540억원)를 투입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동국제강의 재무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승구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동국제강은 올해 9월 말 원화환산 기준으로 9473억원의 차입금 지급보증을 관계기업인 브라질 CSP법인에 제공하고 있다”며, “CSP법인의 부진한 실적을 감안할 때 지급보증 부담이 확대되거나 보증책임의 실현으로 동국제강의 재무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는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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