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일운 기자]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의 사위 이승용(영어 이름 이 알버트) 씨가 에이티넘파트너스의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캐나다 국적을 유지한 상태로는 항공사 대주주가 되는 데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26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승용 씨는 지난 3일자로 에이티넘파트너스의 대표이사를 사임했다. 대표 자리에서는 물러났지만 사내이사직은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이 씨가 에이티넘파트너스의 대표를 맡기 시작한 시점은 2013년 1월 부터다.

이 씨의 사임은 최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항공사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국토부는 지난 19일 항공사의 지분구조나 대주주의 거취에 변화가 생기더라도 사업계획이 충실히 이행될 수 있게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 중 하나가 대주주 적격 심사 제도 도입이다.

이 씨는 캐나다 국적을 보유한 상태에서 이민주 회장 소유의 투자 회사인 에이티넘파트너스 대표에 올랐다. 캐나다 국적자로서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경험을 살려 해외 투자 부문을 이끌도록 하겠다는 것이 이 회장의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에이티넘파트너스가 외국인의 지분 소유와 임원 선임이 제한되는 항공사(에어로케이)의 실질 최대주주가 됐다는 점이다. 에이티넘파트너스는 에스에이치벤처스·뉴그로브파트너스 유한회사와 에어로케이의 모회사인 에어이노베이션코리아(AIK) 지분 38.6%를 갖고 있다. AIK는 에어로케이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어 실질적으로는 에이티넘파트너스·에스에이치벤처스·뉴그로브파트너스가 에어로케이의 최대주주인 셈이다.

에스에이치벤처스는 이민주 회장 소유의 또다른 투자 회사이며, 뉴그로브파트너스는 에어로케이에 투자하기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승용씨는 에스에이치벤처스의 대표이사로도 재직했지만, 지난 3월 5일자로 대표이사 자리를 장인인 이민주 회장에게 넘겼다. 뉴그로브파트너스의 경우 여전히 등기이사 명단에 올라 있다.

이처럼 외국인이 대표자를 맡고 있거나 등기 임원으로 재직 중인 법인이 항공사의 대주주가 되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대다수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 씨나 에이티넘파트너스 측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씨가 에스에이치벤처스의 대표와 에이티넘파트너스 대표를 사임한 시점이 각각 에어로케이가 항공운송사업자 면허를 발급 받은 당일과 국토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제도 도입 계획 발표가 임박한 시점이었다는 점에서다.

에이티넘파트너스 관계자는 "(이 씨의 사임은) 개인적인 사정 때문"이라면서도 "본인의 국적 문제가 언급되는 것을 오랫동안 불편해 했으며, 최근 외국 국적자로서 항공사 대주주 지위를 가진 것에 대한 논란이 일자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조현민 한진칼 전무 사례에 비추어볼 때 이 씨가 에이티넘파트너스 대표를 사임하긴 했지만 나중에라도 국적 문제로 홍역을 치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현민 전무는 미국 국적을 가진 채 진에어의 등기임원으로 재직했던 사실이 수년 뒤 적발됐고, 진에어에 신규 운수권 배분 제한 등 가혹한 제재가 가해졌다. 에어로케이는 캐나다 국적자인 이 씨가 에이티넘파트너스 대표로 재직하던 시절 항공운송사업자 면허를 획득했고, 운항증명(AOC) 신청 등 취항 준비를 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