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주의 '라이선스 쇼핑' 항공업에서도 재현되나
경영권 분쟁 끝에 에어로케이 실권 장악…적정 시점에 엑시트 나설 듯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1일 14시 4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권일운 기자]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의 '라이선스 쇼핑' 전략이 항공산업에서도 빛을 볼 수 있을까. 우여곡절 끝에 에어로케이항공(이하 에어로케이)의 실권을 장악하긴 했지만, 재무적 투자자(FI)로 간주되고 있다는 점은 한계 요소로 꼽힌다. 이 회장 측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나타낼지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에이티넘파트너스는 지난 3월 에어로케이가 항공운송사업자 면허를 획득하자마자 본격적인 실력 행사에 나섰다. 창업자에 해당하는 강병호 대표를 해임하고 자사 측 인사를 대표이사로 선임하려 한 것이다. 에이티넘파트너스의 시도는 결국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인허가 권한을 가진 국토교통부가 대표이사 변경을 항공안전과 경영상황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이벤트로 간주, 사실상 불허했기 때문이다.



에이티넘파트너스는 에어로케이 창업 멤버들을 압박하기 위해 다른 방안을 찾았다. 에어로케이를 지배하는 지주사격 법인인 에어이노베이션코리아(이하 AIK)의 이사회를 장악한 뒤 에어로케이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로 한 것이다. 언론인 출신인 이장규 전 하이트진로 부회장을 AIK의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이 그 시발점이었다. 이후 에이티넘파트너스 측 인사들과 이민주 회장의 측근들이 하나 둘씩 AIK와 에어로케이에 합류, 헤게모니를 쥐게 됐다.


불협화음을 내면서까지 에어로케이를 장악하려 한 것은 이민주 회장의 남다른 라이선스 사랑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 회장은 인허가가 기반이 되는 독과점 사업에서의 성공 덕분에 지금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인허가 사업의 경우 사업권 획득 자체가 쉽지 않고, 이미 발급된 사업권을 양수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 이런 역학관계에 능통한 이 회장은 면허 발급과 동시에 에어로케이의 실권을 쥐는 것이 가장 시간과 비용을 적게 들이고 항공업에 진출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민주 회장에게 '1조 거부'라는 수식어를 안겨다준 지역유선방송사업자(SO)는 대표적인 인허가 사업이다. SO는 막대한 사회적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로 인해 인허가 절차가 복잡한 대표적인 사업으로 꼽힌다. 이 회장은 SO중에서도 가장 노른자위로 꼽히는 서울의 주요 지역 사업체들을 연이어 인수합병(M&A)해 C&M(씨앤앰, 현 딜라이브)을 출범시켰다.


이민주 회장이 개인적 명의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청과물 도매업체 구리청과도 마찬가지다. 청과물 도매업체는 특정 지역에서 독점적인 사업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특성으로 인해 대단히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나타낸다. 새로운 사업자가 등장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인·허가 권한을 가진 지자체가 신규 라이선스를 사실상 내주지 않고 있어서다.


C&M과 구리청과는 업황이 한창 무르익었을 무렵 M&A 매물로 나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C&M의 경우 2004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골드만삭스와 맥쿼리, MBK파트너스 등을 상대로 지분을 매각, 이 회장에게 1조원이 넘는 부를 안겨다 줬다. 구리청과 역시 포시즌캐피탈파트너스·웨일인베스트먼트에 매각됐다. 옛 DB그룹 계열인 동부팜청과를 필두로 청과물 도매업체가 잇따라 M&A 시장에 등장하던 시기였다. 이들 회사는 FI에 매각됐다는 점도 동일하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최대주주였던 육류 도매업체 케이알푸드앤컴퍼니(KR푸드&컴퍼니, 옛 농축산물공급센타)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이민주 회장의 지인으로 알려진 박 모 씨 소유였던 케이알푸드앤컴퍼니는 1999년 출자전환 방식으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전신인 한미창업투자에 인수됐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케이알푸드앤컴퍼니를 2014년 매각, 투자금을 회수했다. 


케이알푸드앤컴퍼니 지분의 계정분류 자체는 창업투자자산으로 돼 있었다. 하지만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를 이끌던 신기천 대표가 케이알푸드앤컴퍼니 대표이사로도 재직했다는 점을 볼 때 종속회사에 준하는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짐작해볼 수 있다.


이들 사례는 이민주 회장과 이 회장의 개인 자산을 관리하는 '패밀리 오피스'인 에이티넘파트너스가 궁극적으로는 FI를 지향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방증이다. 진입 장벽이 확실한 산업에 M&A로 진출한 뒤,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시점에 매각해 현금을 거머쥐는 패턴이다. 이 회장의 전력에 비추어볼 때 에어로케이 역시 일정 수준의 몸값이 형성됐을 때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게 항공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반면 독과점이 아니거나 인·허가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 사업의 투자 성과는 좋지 않았다. 대표적 사례가 에이티넘파트너스의 자회사인 에이티넘에너지를 통한 미국 셰일가스 유전 투자다. 우정사업본부와 수출입은행 등의 공적 자금까지 수천억원이 투입된 해당 투자건은 5년여가 지난 지금 막대한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일부 자산의 경우 사실상 전액 상각 처리를 단행해야 하는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복수의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민주 회장은 거듭된 성공과 실패를 겪으며 인·허가 사업, 이른바 '라이선스 사업'의 중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꼈다고 한다. 에어로케이 창업자들과 경영권 분쟁에 준하는 마찰을 빚은 것도 "결국 성공은 라이선스에서 비롯된다"는 믿음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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