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브랜드 전략
“디에이치 세 단지 나오면 판 뒤집힌다”
② 조현욱 현대건설 브랜드마케팅팀 부장 "프리미엄 브랜드가 대세"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1일 13시 2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건설사의 매출 구성은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과거 토목과 해외사업의 매출 비중이 월등히 높았지만 이제는 주택 비중이 절반을 넘는 곳이 부지기수다. 그동안 대형 건설사들의 CEO가 대부분 해외와 토목사업 출신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특히 주택사업은 일감 부족에 허덕이는 대형 건설사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로 다가오고 있다. 이중에서도 경쟁이 가장 치열하게 전개되는 곳이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시장이다. 건설사들은 이들 조합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브랜드를 재정비하고 인지도 상승을 위한 마케팅 비용 집행을 늘리고 있다. 팍스넷뉴스가 건설사의 브랜드 전략을 살펴봤다.

[팍스넷뉴스 이상균 기자]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시장의 지존은 단연 삼성물산의 ‘래미안’이었다. 삼성이라는 범접 불가능한 기업 이미지까지 더해져 래미안은 2010년대 초반까지 경쟁자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정비시장을 장악했다. 심지어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래미안은 다른 브랜드 대비 수천만원의 웃돈이 더해졌다.


무적을 자랑하던 래미안이 갑자기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이후, 시장은 춘추전국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새로운 양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너나할 것 없이 프리미엄(premium) 브랜드를 내놓았다. 그들의 목표는 하나. 래미안이 사라진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치열한 공방전 끝에 시장은 GS건설과 현대건설의 양자 대결로 좁혀지고 있다.


다만 이들의 전략에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하나 있다. GS건설은 래미안에 버금가는 브랜드 ‘자이’를 고수하면서 프리미엄 브랜드를 출시하고 있지 않지만 현대건설은 힐스테이트보다 윗 단계인 디에이치(THE H)를 내놓았다.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이 판이하게 다른 것이다.


◆2014년 브랜드 전략 수정 후 선호도 상승


조현욱 현대건설 브랜드마케팅팀 부장(사진)은 “앞으로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애매해질수록 확실히 검증되고 입소문이 난 브랜드가 각광을 받게 된다”며 “경기불황기에는 브랜드간 격차가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조 부장은 “주택시장이 안 좋았을 때 미리 브랜드를 키워놓아야 한다”며 “지금처럼 시장이 좋을 때는 아무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현대건설도 2006년 힐스테이트를 선보인 초창기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여타 건설사에 비해 브랜드 런칭 시기가 상대적으로 늦은데다가 시기도 좋지 못했다. 


2000년 3조원에 가까운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뒤,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2006년 5월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했지만 여전히 KDB산업은행의 관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1년 4월 현대차 그룹에 매각되면서 경영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무려 10년이라는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조현욱 현대건설 브랜드마케팅팀 부장


그나마 현대건설이라는 저력 덕분에 힐스테이트의 브랜드 선호도는 2013년 7위까지 상승했지만 만족스러운 성적표는 아니었다. 시공능력평가 기준으로 국내 1, 2위를 다투는 현대건설의 위상에 비해 한참 아래였다.


2014년부터 현대건설은 브랜드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일례로 단지명을 기존 지역명+힐스테이트(마곡 힐스테이트)에서 힐스테이트+지역명(힐스테이트 영통)으로 변경했다. 상대적으로 단어명이 긴 힐스테이트를 단지명 앞에 배치해 억지로라도 읽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조현욱 부장은 “길고 어려운 단어가 한번 머리속에 박히면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다”며 “힐스테이트의 인지도가 크게 올라간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힐스테이트가 현대건설 소속 브랜드라는 점을 각인시키는데 주력했다. 힐스테이트 앞에 현대를 붙여 사용하기 시작했다. 힐스테이트를 영어가 아닌 한글로도 사용해 고령층도 공략했다. 


이 같은 전략은 그동안 힐스테이트가 어느 건설사 브랜드인지 헷갈리던 고객들을 노린 것이다. 전략 변경은 주효했다. 힐스테이트는 브랜드 선호도에서 2015년 3위에 이어 2016년 1위를 달성했다.


◆디에이치 적용 기준 7개, 브랜드위원회가 최종 결정


현대건설은 힐스테이트의 브랜드 인지도와 선호도를 선두권으로 끌어올렸지만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다. 서울 강남 등 프리미엄 시장 진출이 여전히 어려웠기 때문이다. 2010년 이후 1위 래미안, 2위 자이라는 순위가 고착화됐다. 


조 부장은 “경쟁이 어렵다면 아예 다른 영역을 개척하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2015년 4월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디에이치를 런칭했다.


조 부장은 “니즈(needs)가 다양하다면 브랜드도 다양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일반 아파트는 가성비가 중요한 반면, 강남은 희소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우리가 고급 브랜드를 제대로 맛보지 못해서 파급효과가 얼마나 큰지를 알지 못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수주한 반포주공 1단지 입주가 이뤄지고 서울 강남 인근에 디에이치 아파트 3개 단지만 보이면 게임은 끝난다”고 자신했다. 


조 부장은 GS건설도 결국 프리미엄 브랜드 흐름에 따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미 고객들은 최고급 프리미엄 브랜드를 원한다”며 “시장의 변화를 거부하면 도태되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프리미엄 브랜드가 전가의 보도처럼 만능은 아니다. 주택시장에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운영 중인 건설사가 여럿 있지만 일반 브랜드와 구별되는 기준이 명확치 않다. 대외적으로 프리미엄 브랜드를 적용하는 기준을 밝힌 곳은 현대건설이 유일하다. 


조현욱 부장은 “수주를 위해 급하게 프리미엄 브랜드를 만들었기 때문에 기준을 정하지 못한 것”이라며 “반면 현대건설은 디에이치를 적용하는 기준이 7가지나 되는데다가 5명의 본부장(건축‧주택‧구매‧기획‧재무)으로 구성한 브랜드위원회가 적용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고 말했다. 


디에이치 적용 기준은 ▲브랜드관점 ▲사업관점 ▲상품관점 ▲서비스관점 ▲시공품질관점 ▲A/S 및 고객관리관점 ▲분양관점 등이다. 조 부장은 “세부적인 기준은 회사 보안사항”이라며 “공개할 경우 경쟁사가 곧바로 따라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론칭한 건설사들의 가장 큰 고민은 자사의 일반 브랜드를 적용한 아파트 단지가 ‘우리도 프리미엄 브랜드로 바꿔달라’는 요구를 무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대건설은 예외다. 힐스테이트를 디에이치로 바꾸기 위해서는 ▲3.3㎡당 매매가 4,500만원 이상(KB부동산리브온 시세) ▲입주민 80% 이상의 동의를 구해야 함 ▲주변 단지의 민원이 없어야 함 ▲바닥 슬라브 두께가 230mm 이상이어야 함(법적으로는 180mm 이상, 일반 아파트는 210mm 수준) ▲단지 내에 해외 유명 작가의 미술작품(예술품)이 들어가야 함 ▲공사비가 3.3㎡당 600만원 이상으로 힐스테이트보다 200만원 이상 높아야 하는 등 기준이 상당히 까다롭다. 


조현욱 부장은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법은 재건축뿐”이라며 “디에이치 론칭 초기부터 엄격한 기준을 정했기 때문에 현재까지 이와 관련한 민원과 불만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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