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오리온제주용암수(제주용암수)의 판매부진이 심각한 수준이다. 온라인 판매만 가능하다 보니 마케팅 한계로 제주특별자치도청(제주도청)에서 허가받은 일 최대 취수량의 3% 가량만 생산하고 있다. 문제는 판매 개선을 위한 돌파구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이란 점이다. 이에 제주용암수를 국내 '빅3' 생수브랜드로 키우겠다던 오리온의 꿈도 멀어져만 가고 있다.

제주도청에 따르면 최근 제주용암수의 일일 생산량은 10톤 가량이다. 이는 오리온이 제주도청과 합의한 일 최대 생산량인 300톤의 3.3%에 그치는 양이다. 아울러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생수업체들의 생산량이 전년 대비 10~20% 가량 오른 것을 고려하면 반사이익도 못 누릴 만큼 판매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제주용암수의 판매부진은 시장 진입이 늦기도 했지만 브랜드 포지셔닝도 애매하기 때문이란 게 업계의 얘기다. 작년 12월 프리미엄 생수를 표방하며 출시된 제주용암수는 삼다수와 수입생수를 경쟁상대로 설정했는데, 국내 생수시장 1위인 삼다수의 점유율을 뺏어올 만큼 소비자에게 어필하지 못했단 것이다.

생수업계 한 관계자는 “미네랄 함량이 높다는 특징이 있고 오리온의 마케팅 능력까지 고려하면 제주용암수의 경쟁력은 상당한 수준”이라면서도 “제주용암수가 먹는샘물이 아닌 혼합음료로 지정된 데다, 삼다수 등 기존 생수들의 위상이 워낙 강하다 보니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경쟁력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제주용암수의 판매처가 한정돼 있단 점도 판매부진의 한 요인이다. 오리온은 작년 11월 제주용암수 출시를 앞두고 진행한 간담회에서 국내 '빅3' 진입을 넘어 글로벌 프리미엄 생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단 거창한 목표를 밝혔다. 당시 오리온은 같은해 12월 온라인 채널에서 우선적으로 판매를 시작하고, 올해부턴 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도 판매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기자간담회 직후 제주도청은 "오리온이 제주용암수 생산을 위한 '용암 해수단지 개발사업'을 제안할 당시 해외판매만 인정했다"고 주장한데 이어 "오리온이 정식계약이나 구체적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염지하수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후 제주도청은 오리온과의 협의를 통해 제주용암수의 국내유통을 허락했지만, 온라인 판매만 허용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주용암수가 국내 빅3에 등극할 가능성도 희박해지고 있다. 국내 생수시장 3위인 농심의 백산수는 작년 3분기 누적기준 48만8000톤이 생산됐다. 일평균 생산량은 1781톤이다. 올 들어 백산수의 판매량이 전년대비 15% 가량 신장된 것을 감안하면 백산수와 제주용암수의 생산량 차이는 2000톤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오리온이 제주도청에 허가받은 일 취수량 300톤을 뽑고 판매한다손 쳐도 농심 백산수를 따라잡기 쉽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제주용암수 생산량을 밝히기 어렵다"고 짧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