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은 지난달 30일 출시 예정이었던 프로젝트 톤과 자체 가상자산(코인) ‘그램(GRAM)’ 출시일을 내년 4월로 연기했다. 텔레그램 측은 "미국 지방 법원의 판결로 그램 토큰 발행을 할 수 없게 됐다"며 "원래 일정보다 1년 연기된 내년 4월30일 톤이 출시될 수 있도록 당국과 지속적인 논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톤 출시 연기는 이번이 마지막이며, 내년까지 톤을 출시하지 못한다면 텔레그램의 설립자가 보유한 회사 지분 매각을 통해서 부채 탕감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톤의 출시일 연기는 이번이 두번째다. 톤의 출시일이 계속해서 미뤄진 이유는 가상자산 그램 발행에 대한 미국 정부의 부정적인 입장 때문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해 10월 그램을 '증권'으로 간주하고 SEC 허가 없이 미등록 증권을 판매했다며 발행을 막아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고 소송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텔레그램이 그램 발행 계획을 철회할 것을 명령했다.  이번 판결은 그램 발행에 대한 예비 명령이긴 하지만, 향후 영구적인 발행 금지 명령으로 귀결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앞서 톤은 지난 2018년 2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ICO(암호화폐 공개)를 진행하며 약 17억 달러(약 2조600억원)의 투자금을 모집했다. 출시일이 두차례 연기되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텔레그램 측은 "더이상의 연기는 없을 것"이라며 조건부로 투자금을 돌려주겠다고 나섰다. 출시 연기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톤 투자금의 72%를 현금으로 지급하며, 동의하는 경우 내년 4월 투자금의 110%에 해당하는 그램 토큰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가상자산 프로젝트에 대한 미 정부의 제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페이스북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리브라'도 미 정부의 요구에 맞춰 백서를 수정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6월 리브라 백서 1.0 버전을 내놓고 전세계에서 이용할 수 있는 단일 가상자산 ‘리브라’를 통해 결제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리브라가 달러의 기축통화 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자 미국 정부는 즉각 견제에 나섰다. 지난해 미국 상원 금융위원회와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는 각각 리브라 청문회를 열고 프로젝트 잠정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리브라는 규제 불확실성을 완화하기 위해 컴플라이언스 강화, 퍼블릭 블록체인이 아닌 프라이빗 블록체인 선택, 리브라 지급준비금 설계 등 대부분의 내용을 수정하거나 업데이트 했다. 특히 단일 가상자산 발행에서 법정화폐 연동 스테이블 코인 발행으로 변경한 것은 투자자들 사이에 논란이 됐다. 백서가 수정되면서 리브라 출시일도 올해 6월에서 연말로 연기됐다.  

미국 정부의 가상자산에 대한 부정적 기조는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저스틴 뮤지니치 미국 재무부 차관은 지난해 11월 “재무부는 기본적으로 민간 디지털 화폐가 조세 정책, 자금세탁방지와 테러자금조달방지 등 현행 규제를 회피하고 무력화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SEC 또한 2018년부터 최근까지도 "가상자산을 위해 증권법을 개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