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콜마, HK이노엔 인수금융 '無담보' 차환
자체 현금창출력으로 원리금 상환…사실상 신용대출에 해당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9일 15시 2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권일운 기자] 한국콜마가 HK이노엔(옛 CJ헬스케어) 인수금융을 별도의 담보를 제공하지 않는 대출로 전환했다. 인수금융 차주인 CKM(씨케이엠)이 HK이노엔과 합병을 단행한 데 따른 결과다. 한국콜마는 대신 대주단과 자금보충약정을 체결, 담보에 준하는 안전장치를 제공했다.


19일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한국콜마는 최근 HK이노엔 인수금융 차환(Refinancing)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인수금융 원리금 상환 불발과 같은 채무불이행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최대 4800억원을 자신들이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자금보충약정을 체결했다. 대주단은 자금보충약정을 체결하는 조건으로 HK이노엔 지분에 대한 질권을 더이상 설정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콜마는 지난 2018년 HK이노엔을 인수·합병(M&A)하기 위해 6000억원을 차입했다. KEB하나은행,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가 주선한 HK이노엔 인수금융 대출은 규모가 컸던 만큼 KDB산업은행과 삼성생명, 농협중앙회, 교보생명, 현대해상 등 국내 주요 금융사가 대거 참여했다. 차주는 화장품 유통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 CKM이었다. 


통상 인수금융은 인수 대상 자산을 담보로 실행된다. 인수자가 인수금융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등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주단이 직접 인수 대상 자산에 대한 권리를 행사토록 하기 위해서다. HK이노엔 인수금융의 경우에도 인수 주체였던 CKM이 매입한 HK이노엔 지분 전량이 담보로 제공됐다. CKM은 매매가 기준 1조3100억원 어치의 HK이노엔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고 약 45% 가량인 6000억원을 대출 받았다.


한국콜마는 HK이노엔 인수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CKM과 HK이노엔의 합병을 염두에 둔 것으로 전해진다. 중·장기적으로는 HK이노엔을 상장시키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이다. 한국콜마→CKM→HK이노엔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로는 상장이 쉽지 않았고, 합병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한다는 것이 한국콜마의 계획이었다.


이같은 아이디어는 한국콜마그룹이 지주사 체제를 갖추고 있다는 데서 기인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해야만 한다. 현재 한국콜마그룹의 지배구조는 한국콜마홀딩스(지주사)→한국콜마(자회사)→CKM(손자회사)로 이어진다. HK이노엔의 경우 한국콜마홀딩스의 자회사가 되는데, 공정거래법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CKM이 HK이노엔의 지분을 전량 보유해야만 한다. 소액 주주들에게 지분을 분산시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상장은 불가능한 체제다.


CKM과 HK이노엔을 합병하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합병을 통해 한국콜마홀딩스→한국콜마→HK이노엔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게 되면 한국콜마가 반드시 HK이노엔의 지분을 100% 보유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한국콜마는 이를 통해 CKM에 상환전환우선주(RCPS) 형태로 투자한 재무적 투자자(FI)들의 투자금 회수(엑시트) 통로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FI들이 보유한 CKM의 RCPS는 1차적으로 HK이노엔의 RCPS로 바뀌고, 상장을 전후한 시점에는 HK이노엔의 보통주로 바꿔 손쉽게 매각을 단행할 수 있다.


문제는 대주단에게 제공할 담보의 실체가 모호해졌다는 점이었다. 일단 CKM과 HK이노엔이 합병을 단행하면서 인수금융의 차주는 HK이노엔으로 바뀌게 됐다. CKM이라는 법인 더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출을 일으킨 주체이자 원리금 상환 의무를 HK이노엔으로 이전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담보로 어떤 자산을 맡겨야 할지가 숙제였다. 통상적인 인수금융처럼 당초 한국콜마가 인수한 자산인 HK이노엔 지분에 질권을 설정토록 하면 차주가 자기 자신을 담보로 넣는 '셀프 담보' 국면이 연출될 지경이었다.


인수금융에서 대주단이 매입 대상 자산을 담보로 제공받는 것은 원리금 회수 불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유사시 인수 대상 자산을 제3자에게 매각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서라도 원리금을 갚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장치에 해당한다. 대주단은 이와 별개로 인수 대상 자산의 현금창출력도 평가한다. 인수 대상 자산이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하기만 하면 인수 주체가 되는 법인에 배당을 실시, 원리금을 지속적으로 상환할 수 있어서다.


HK이노엔 인수금융의 경우 합병이 이뤄진 뒤부터는 담보를 잡는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대주단 입장에서는 대규모 인수금융에 참여해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를 담보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날려버리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았다. HK이노엔이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하기만 한다면 원리금 회수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대주단은 확신했다.


한국콜마와 대주단은 결국 별도의 담보를 주고받지 않는 조건으로 HK이노엔 인수금융을 차환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는 단계에까지 도달했다. 대주단은 HK이노엔의 미래 현금 창출력을 기반으로 사실상 신용대출에 해당하는 인수금융 4800억원을 제공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신 대주단 입장에서도 안전장치는 필요했다. 한국콜마는 결국 대주단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자기자본의 절반이 넘는 4800억원에 대한 자금보충약정을 체결하기로 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HK이노엔 인수금융은 CKM과 HK이노엔의 합병 과정에서 차환을 통해 별도의 담보 제공이 없는 기업대출로 전환하기로 대주단과 합의했다"면서 "HK이노엔이 자체적으로 창출한 현금을 기반으로 직접 원리금을 갚아 나가는 신용대출의 성격을 띤다고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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