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1차벤더 에스엘,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 고발돼
증선위 "단가인하 압박 우려로 인도법인 이익 과소계상"

[팍스넷뉴스 권일운 기자] 자동차 부품사 에스엘(SL)이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에스엘은 제품 단가 인하 압박을 우려해 이익 규모를 임의로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에스엘은 현대·기아자동차의 최대 협력사 가운데 하나로 자동차용 등화장치 부품을 제조하는 곳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20일 에스엘이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제재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제재는 ▲과징금 부과와 ▲3년간의 감사인 지정 ▲담당임원 해임권고 및 직무정지 6개월 ▲검찰 통보 등 회계처리 기준 위반과 관련해 내릴 수 있는 사실상의 모든 제재가 망라됐다.


에스엘은 1954년 삼립자동차공업회사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자동차 부품사다. 이후 1960년대에 사명을 삼립산업으로 변경했다가, 설립 50주년을 맞이한 2004년 삼립의 영문 약자를 딴 에스엘로 재차 사명을 바꿨다. 주력 제품은 자동차 전조등과 안개등, 후미등과 같은 등화 장치류다. 주요 매출처는 현대·기아자동차다.


현대·기아자동차가 세계 4~5위권을 넘나드는 완성차 업체로 도약하면서 에스엘의 사세도 날로 커졌다.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사로 거듭나며 매출액은 2조원을 훌쩍 넘어섰고, 시가총액 또한 1조원을 넘보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하지만 완성차 업체에 종속돼 있는 부품사의 특성상 이익률이 높지 않고 단가 인하 압박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 에스엘에게는 걸림돌이었다. 이익률이 높아졌다는 의미는 곧 납품 단가를 추가로 낮출 수 있다는 의미로 간주, 손익분기점을 간신히 넘는 수준의 수익성을 유지해 왔다.


이번 영업이익 과소계상 역시 이런 이유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증선위에 따르면, 에스엘은 지난 2016년과 2017년 두 해에 걸쳐 인도 법인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을 130억원과 119억원씩 임의로 줄여 회계 장부를 작성했다. 증선위는 이같은 행위가 단가 인하 압박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이라고 판단했다.


에스엘은 1997년 현지 자동차 부품사 루맥스와 8대 2 비율로 설립한 합작사 에스엘루맥스(SL LUMAX Industries Limited)를 통해 인도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에스엘루맥스는 현대차 인도 생산법인(Hyundai Motor India, Ltd.)에 등화장치를 비롯한 다양한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에스엘루맥스의 이익률이 현대차 인도법인이 예상한 수준보다 높았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영업이익을 고의로 줄인 것은 곧바로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에스엘은 영업이익을 줄여 계상한 직후인 2018년 재료비 상승 등으로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들 위기에 처했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오히려 영업이익 112억원을 부풀린 회계 장부를 작성하기도 했다.


해외 종속기업과 관계기업들의 이연법인세부채를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총 5년에 걸쳐 과소계상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5년에 걸쳐 과소계상한 이연법인세부채의 규모는 1600억원에 달한다. 


에스엘의 분식회계는 주로 해외 법인의 손익계산서와 재무상태표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에스엘은 미국과 브라질, 중국, 폴란드, 인도에 각각 현지 법인을 두고 있다. 이들 국가는 모두 현대차와 기아차가 생산 거점을 두고 있는 곳으로 사실상 모든 매출이 두 회사를 상대로 일어난다.


에스엘은 2018년 현대·기아차로부터 '올해의 협력사상' 대상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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