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일운 기자] 화승알앤에이(이하 화승R&A)의 자회사 화승티엔드씨(이하 화승T&C)가 인적분할에 나선다. 지주사 전환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화승T&C는 오는 9월 1일자로 투자 부문과 제조 부문을 인적분할키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투자 부문은 화승티엔드씨아이(이하 화승T&CI)로 사명을 변경하며 제조 부문의 자산을 이관 받아 신설하는 법인이 화승T&C라는 사명을 이어받게 된다. 분할 비율은 약 38대 62가 될 전망이다.
화승T&C 지분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화승R&A가 전량 보유하고 있다. 계획대로 분할이 성사될 경우 화승R&A는 화승T&CI와 신설 화승T&C의 지분을 모두 100%씩 소유하게 된다. 화승R&A가 화승T&CI와 화승T&C를 각각 100% 자회사로 거느리게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화승R&A가 분할 배경을 "화승T&CI에 자회사 및 피투자회사 지분의 관리 및 투자 역할을 맡기기 위함"이라고 명시했다는 점에서 조만간 신설 화승T&C를 화승T&CI의 종속회사로 편입시키는 절차를 실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 방법으로는 현물출자 등을 통한 지분교환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같은 시나리오대로라면 화승T&CI는 화승T&C를 종속회사로 둔 지주사 내지는 중간지주사로 변모하게 된다. 금융투자(IB) 업계에서는 추후 화승T&CI와 화승R&A가 합병해 지주사의 역할을 부여하거나, 화승R&A의 사업용 자산을 화승R&CI에 이관하는 방식으로 화승T&CI를 지주사로 변모시킬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화승R&A는 신발 제조 사업을 근간으로 성장해 온 화승그룹 내에서 자동차 부품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주력 제품은 소음과 이물질을 차단하는 실링(Sealing)용 고무와 각종 액체류를 전달하는 고무 호스다. 화승T&C는 화승R&A의 자회사 중에서도 규모나 수익성 측면에서 수위를 다투는 곳이다.
화승R&A의 최대주주는 화승그룹 창업주 3세인 현지호 대표(부회장)다. 동생인 현석호 대표(부회장)는 신발 제조사 화승인더스트리의 최대주주다. 차남이 그룹의 근간에 해당하는 사업을, 장남은 새로운 성장 동력에 해당하는 사업을 각각 물려받은 셈이다.
화승R&A는 화승T&C 인적분할에 앞서 또다른 100% 자회사인 화승엑스윌을 합병할 계획도 내놓았다. 화승R&A는 화승엑스윌 합병으로 발행하는 신주를 자기주식 형태로 보유할 계획이다.
통상 100% 자회사를 합병할 때에는 신주 발행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화승R&A의 이같은 행보는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규모 자기주식은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나 교환사채(EB) 발행 등으로 현금을 확보하거나, 지주사 전환시 사업회사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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