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수빈 기자] 화승엔터프라이즈가 중국 현지서 확보한 생산능력(CAPA)을 빠르게 줄이고 있다. 중국 내 제조업 종사자의 인건비가 10년 새 2배 가까이 상승하면서 원가 부담이 확대된 영향이 컸다. 이에 화승엔터프라이즈는 인건비 부담은 물론 대내외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베트남·인도네시아 캐파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화승엔터프라이즈의 모회사인 화승인더스트리는 2008년 중국 신발 제조 회사인 '장천제화대련유한공사(장천제화)' 지분을 인수해 현지 생산을 진행해왔다. 이후 화승인더스트리가 2017년 장천제화 지분 전량을 화승엔터프라이즈에 현물 출자하면서 해당 법인은 화승엔터프라이즈의 100% 종속회사로 편입됐다.

덕분에  화승엔터프라이즈는 주요 생산 거점인 베트남 외 장천제화와 자회사 청조장천제화유한공사, JANGCHUN SHOE MANUFACTURING TONGLIAO 등에서도 생산에 나서게 됐다. 이후 인도네시아에도 신발 생산 공장을 설립해 빠르게 캐파를 확장했다.

2016년만 해도 이 회사의 운동화 제품 캐파는 4297만족, 신발 반제품 캐파는 207억원 가량이었다. 하지만 2021년 각각 7811만족, 1869억원으로 5년 새 81.8%, 802.9%나 급증했다. 이중 중국은 운동화 제품 부문에서 14.6%(2021년 기준), 신발 반제품 부문에선 5.3%의 비중을 차지했다.

다만 화승엔터프라이즈는 작년부터 빠르게 중국 생산 물량을 줄이고 있다. 2021년 1140만족에 달했던 중국 운동화 제품 생산량은 960만족으로, 같은 기간 100억원이었던 반제품 생산액은 6억원으로 쪼그라든 것. 특히 올 3분기엔 운동화 제품은 510만족을 생산하는 데 그친 동시에 중국 법인의 신발 반제품 생산은 중단된 상태다.

이는 중국 내 인건비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영향이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 제조기업 일반 종업원의 임금은 2012년의 328달러(월 기준)에서 2022년 607달러로 증가했다. 이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중국 일반 종업원의 임금은 베트남의 2.2배, 인도의 1.8배 가량이다. 실제 이 회사 주요 고객사인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도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중국 생산 비중을 낮추고 베트남·인도네시아 지역 비중을 높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발맞춰 화승엔터프라이즈는 중국 생산 법인을 정리하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지역의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올 3분기에도 중국 3개 법인 중 칭다오 제조 법인을 청산하고 나섰다. 대신 해당 물량은 기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생산 공장에서 생산 중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화승엔터프라이즈는 빠르게 중국 캐파를 줄인 덕분에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큰 폭의 수익성 악화를 면할 수 있었다"며 "인건비 상승에 더해 아디다스가 중국 생산 비중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베트남 역시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라 현지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안다"며 "내년 초에나 수익성 회복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화승엔터프라이즈 측은 "아디다스가 중국 지역의 인건비 상승 등으로 현지 생산 비중을 낮추고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지역의 생산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며 "자사의 아디다스 그룹의 운동화 부문 생산 점유율 상승 원인도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