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세진 기자] 최근 오프라인 패션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한 가운데 패션 애플리케이션(앱)들이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 모바일 쇼핑에 익숙한 밀레니얼과 Z세대의 눈높이에 맞춰 기술 편의와 커뮤니티 기능에 집중하는 전략을 구사한 결과다. 이같은 패션앱의 약진에 대기업들까지 자사몰앱을 강화하며 달라진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고 있다.

여성 패션 쇼핑앱 지그재그는 지난 6월을 기점으로 누적 거래액 2조원을 돌파했다. 지그재그는 동대문 의류를 판매하는 여성 온라인 쇼핑몰을 모아놓은 플랫폼이다. 2015년 출시 이래 작년 누적 2000만앱 다운로드, 월 이용자 약 300만명을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이달 20일엔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이 중소벤처기업부의 예비유니콘 특별보증 지원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그재그의 이같은 성공 사례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온라인 패션몰 1위를 달리고 있는 '무신사'는 작년 11월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VC)인 세쿼이아캐피털에서 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2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지난해말 기준 누적 가입자 600만명을 돌파한 패션 커머스앱 '스타일쉐어' 역시 올해 시리즈D 투자 유치로 유니콘 대열에 한발 더 다가섰다.

패션앱을 필두로 온라인 플랫폼들이 이같이 몸집을 불리는 데에는 밀레니얼세대(1980~2000년 출생자)와 Z세대(1990년대중반~2000년대중반 출생자)를 합친 이른바 MZ세대의 절대적인 지지가 있어 가능했다. 오프라인 채널에서 옷을 구매하기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얻은 정보를 기반으로 빠르게 옷을 소비하는 MZ세대의 성향을 정조준했기 때문이다.

유튜브 등 미디어를 접하며 성장한 MZ세대는 옷을 구입하기에 앞서 인플루언서(SNS상 영향력있는 개인), 크리에이터, 일부 연예인의 스타일을 참고해 검색에 들어간다. 최근 인기가 높은 패션앱들은 모두 이런 소비 성향을 충실히 반영해 개발했다. 무신사나 스타일쉐어는 판매정보, 후기가 풍부한 커뮤니티 기능이 강점이다. 지그재그, 브랜디의 경우 개인별 맞춤형 상품 추천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는 기능을 강조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요즘 세대는 오프라인 플랫폼에 진열된 스타일을 따라하거나 무작위 정보가 난무한 포털 같은 곳에서 옷을 구매하지 않는다"면서 "유명한 패션앱 몇 개를 돌려가며 맘에 맞는 스타일을 찾고 빠르게 소비하며, 본인의 스타일을 다시 커뮤니티에 공유하며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앱 환경도 그에 맞게 구현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변화된 소비 트렌드에 패션 대기업들도 서둘러 자사몰앱을 강화하며 MZ세대 공략에 나섰다. 'LF몰'을 운영하고 있는 LF는 최근 고객별 맞춤 추천 큐레이션을 홈 화면에 탑재해 쉽고 빠르게 원하는 상품을 찾고 선택할 수 있도록 사용자경험·사용자환경(UX·UI) 디자인을 개선시켰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SI빌리지'의 경우 인플루언서로 유명한 기은세, 김나영 등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했다. 일반인 직원들이 직접 피팅 모델로 나서 자세한 후기를 들려주는 등 커뮤니티 기능 강화에도 나섰다. 한섬의 '더한섬닷컴'은 올해 들어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실시해 제품을 소개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패션 유통채널의 무게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올해 코로나19로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번지면서 온라인 플랫폼 개발과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10~20대와 쌍방향으로 소통하며 쇼핑하기 편리한 앱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