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 대신 닭' 선택한 유통기업
복합쇼핑몰 70~80%, 임대영업 소상공인···대기업·소상공인 상생의 길 찾아야


[팍스넷뉴스 이호정 유통팀장] "복합쇼핑몰도 월 2회 의무휴업을 하겠다. 대신 대형마트와 같이 주말에 두 번 다 쉬는 게 아닌 한번은 평일에 휴무할 수 있도록 해달라."


최근 주요 유통기업 대관담당자들이 정부와 국회에 이 같은 요구를 하고 있다. 인구구조와 소비형태 변화로 녹록치 않은 경영사정을 감안하면 의무휴업을 막아도 시원찮을 판에 선제적으로 쉬겠다고 나선 모양새가 아이러니 하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대형마트 사업이 2012년 정부발 핀셋규제로 역성장을 시작하면서 유통기업들이 복합쇼핑몰을 돌파구로 삼았기에 이러한 결정이 담대해 보이기까지 한다.


유통기업들이 이전과 달리 복합쇼핑몰 의무휴업을 시행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뭘까. 아마도 정부와 국회 기조상 합의점을 찾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결과가 아닐까.


21대 국회 들어 대형 오프라인 유통채널이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죽이고 있다는 프레임이 한층 견고해졌다. 국회가 개원한지 넉 달도 되지 않았는데 유통 관련 규제 법안이 20건 이상 발의돼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의 규제 기조도 국회와 다르지 않다. 학계와 유통전문가들이 대형 오프라인 매장이 주변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에도 유통기업의 출점은 막고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살리기에는 재화를 아끼지 않고 있다.


복합쇼핑몰은 대형마트와 달리 구성원의 70~80%가 임대영업을 하는 소상공인이다. 더불어 주말 매출이 평일보다 10배 이상 많다는 것이 유통기업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1인이 발의한 유통산업개발법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돼 복합쇼핑몰의 월 2회 휴무일이 주말로 특정될 경우 이곳에서 영업하는 소상공인들의 수입이 눈에 띄게 줄고, 이에 따른 폐업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의 '유통 규제에 따른 영향조사' 보고서에도 복합쇼핑몰이 월 2회 의무휴업을 하면 일자리가 6161개나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기술돼 있다.


유통기업 입장에선 정부와 국회 기조상 과거마냥 복합쇼핑몰의 의무휴업에 반대목소리를 내는 게 부담스러울뿐더러 실효성도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더불어 월 2회 휴무일이 주말로 특정될 경우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협상카드를 선제적으로 꺼내들게 됐던 것으로 보인다.


생각해 볼 대목은 이마트 휴무일에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찾고 있느냐다. 열에 아홉은 쿠팡에 접속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복합쇼핑몰에서 영업을 하는 이들의 사정이 전통시장 상인들보다 나을지 몰라도 이들 역시 정부와 국회가 보호해야 한다고 말하는 소상공인이다.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돼 신세계 스타필드나 롯데몰이 주말에 쉬게 되면 피해는 소상공인이 보고, 수혜는 이커머스가 누리는 등식이 재연될 게 눈에 선하다.


정부와 국회가 복합쇼핑몰 관련 유통산업법을 개정하기 전 1865년 제정됐던 영국의 '붉은 깃발법'을 한번쯤 상기해보길 바란다. 마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차량의 속도를 3km로 제한하는 이 법을 30년간 유지한 탓에 영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자동차산업을 시작했음에도 주도권을 독일과 프랑스에 내주는 수모를 겪었다.


산업의 경쟁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법안은 표심이나 이권의 영합이 아닌 현실에 맞춰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이 돼야 한다. 유통산업발전법이 이름뿐인 발전법이 아닌 대기업과 소상공인이 상생의 묘를 찾을 수 있는 중재자로 거듭나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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