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 추석달과 국정감사
경제살리기 '정책국감' 기대..비빔밥 같은 포용적 토론 바란다

[팍스넷뉴스 이경탑 편집국장] 비빔밥은 참 이상한 음식이다. 멀쩡한 밥과 각종 반찬을 양푼이에 쏟아붓고 마구 비빈다. 결과는 맛있다. 외국인 유명 쉐프 조차 그 맛에 깜짝 놀랄 정도다. 솔직히 말해 비빔밥은 조선시대 선조가 개발한 메뉴는 아니다. 그저 남은 잔반을 처리할 요량으로 섞다 보니 바로 그 기막힌 맛이 탄생한 것이다.


우리 식탁을 생각해 보자. 어디 밥 한 수저에 반찬 한 가지만 먹고 마는가? 서너가지 나물 등을 입속으로 넣고 우걱우걱 씹어 삼킨다. 우리 문화는 기본적으로 이처럼 서로 잘 섞는 문화다. 우리 민족 만큼 융합을 잘할 수 있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서양인들은 자신들이 먹을 것을 접시 하나하나 따로 담는 문화다.


지난주 꽉 찬 추석 보름달을 보면서 비빔밥 위 계란후라이 노른자를 떠올렸다. 탱글하고 노릇한 그것은 마치 들기름 향내와 더불어 어떤 재료들과도 잘 섞이겠다는 호연지기를 가진 듯 보였다. 한가위 달님에게 협력과 포용적 정치에 대한 소원을 빌었다.


유래 없는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국정감사는 어려워진 경제를 되살리는 대안을 각계가 힘모아 모색하는 정책국감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입법 기능 외에 행정부를 감시· 비판하는 기능을 인정한 국회의 주요 권한이다.


이번 국감에서 논의될 공정경제3법이 재계 관계자들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고 한다. 재계의 이런 우려를 해소할 정치권의 대승적 협치 노력을 기대해본다. 산업계에서도 경제민주화로 인해 한국이 해외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될 수 있다는 막연한 공포심에 집중하기보다 현실적 대안 찾기 노력에 함께 나서줄 것을 당부한다.


정부와 여당이 주도하는 상법과 공정거래법 등 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제 신설 ▲감사위원 분리선임 ▲ 3%의결권 제한규정 개편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강화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 ▲전속 고발권 폐지 등을 주요 골자로 한다.


개정안은 일반 주주의 권한을 늘리는 대신 대주주 권한을 제한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이런 이유로 '공정'을 덧붙여 '공정경제3법'이라는 이름표가 만들어졌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자회사 이사의 배임 행위에 대해 모회사 또는 자회사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모회사 주주들이 법인을 대신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대기업들은 각종 송사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법안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대기업 오너가 자회사를 통해 사익을 얻거나 무분별한 출자로 기업 가치를 하락시킬 경우 손해를 입은 일반주주들이 이를 방어할 수단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감사위원에 대한 분리선임제도 역시 기업이 걱정하는 대목이다. 현 제도하에서 감사는 이사회 구성원 중 한 명을 선출토록하고 있다. 이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배주주는 지분이 아무리 많아도 3% 이상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사회 독립성을 보장하면서도 대주주로부터의 영향력을 막겠다는 취지다.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감사는 이사회에서 선출하는 게 아니라 아예 별도로 뽑게 된다. 최대주주 의결권 역시 3%로 제한된다. 대주주 영향이 아예 미치지 않는 감사가 별개 통로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려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된 감사 기능이 한층 제고될 수 있다.


전속고발권제도는 가격 담합 등 공정거래 분야 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해야만 검찰 수사가 가능토록 한 제도이다. 이를 폐지해 일반시민이나 주주 등의 고발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재계는 자칫 고발권 남용으로 기업들이 1년 내내 송사에 휘말려 본업을 제대로 할 수 없을까 걱정한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연합회장이 지난달 국회를 방문해 재계의 고민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계 맏형인 삼성그룹도 기회가 되면 정치권과 물밑 접촉에 나설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불법승계 관련 소송과 이른바 삼성생명법 문제가 현안이지만 정치권에서 불러준다면 적극적으로 나서 대안을 함께 모색하겠다는 의연함이 있다.


올해 국감은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위기 속에서 맞이하는 국회의 가장 중요한 이벤트이다. 근거 없는 막말과 각종 흠집내기 등으로 점철됐던 과거 국감 틀에서 탈피해 소수 또는 반대 의견에도 귀 기울이는 포용적 국감이 되길 바란다. 비빔밥 맛 같은 기막힌 경제 살리기 해법을 찾길 기대한다. 포용적이고 다자간 협력은 문재인 대통령이 앞서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도 강조했던 내용이다. 문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된 포용적 정치가 여의도 국회로 확산되려면 우선 비빔밥처럼 서로 잘 섞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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