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롯데', 이제 공감 좀 합시다
지향점 명확해야 안팎에서 걱정보다 인내하며 기다려


[팍스넷뉴스 이규창 금융부장] 지주사 전환, 이에 따른 금융계열사 정리, 통합 온라인 플랫폼 '롯데온(ON)' 출범, 2인자 황각규 부회장의 퇴진 및 조직 개편···. 이는 지난 2015년부터 형과 경영권 분쟁을 겪은 신동빈 회장이 '뉴롯데'의 본격화를 선언한 후 롯데그룹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롯데그룹은 제법 굵직한 사안들을 하나하나씩 현실화시켰다. 경영권 분쟁 전 추진했던 호텔롯데 상장이 지연되고 있으나 검찰 수사와 총수 구속, 사드 부지 제공에 따른 중국 보복, 일본제품 불매운동, 코로나19 등 악재의 집중포화를 고려하면 제법 뚝심이 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이런 와중에 2018년에는 그룹 매출 10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런데 '뉴롯데'의 궁극적인 지향점, 목표가 무엇인지 누가 묻는다면 답이 궁색해진다. 롯데그룹이 진행하는 조직개편, 인사, 해외 시장 진출, 신사업 출범, 심지어 사업 구조조정에도 '뉴롯데'가 따르다보니(물론 언론이 갖다 붙이는 경우가 훨씬 많다) 정작 '뉴롯데'의 개념은 전략이 아닌 전술이 된 느낌이 든다. 


일본 롯데홀딩스 등 일본 계열사가 지분을 보유한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 기업의 이미지를 씻어내려고 하는 시도나 점포 매각, 롯데온 출범 등에서 어렴풋이 '뉴롯데'의 개념이 읽히기는 한다. 그러나 올해 들어 그룹 전체가 가파른 실적 악화를 경험하면서 내부에서조차 '뉴롯데'의 지향점에 대한 의문이나 그룹의 미래를 놓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질적 성장을 표방했는데 새로운 채널 진출도 한 발씩 늦고 있다. 


물론 롯데그룹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겪는 진통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 '뉴롯데'에 대한 그룹 안팎에서 공감을 얻는 데는 부족한 듯한 인상이다.


사회심리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독일 출신 쿠르트 레빈(Kurt Lewin)은 개인이나 조직이 변화하는데 'unfreezing-moving-refreezing' 단계를 거친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금까지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을 바꿔야 한다는 현실을 자각하고 변화를 준비하는 과정(unfreezing), 새로운 사고와 방식으로 인한 고통과 혼란을 겪는 과정(moving), 새로운 시도의 결실을 통해 시스템에 적응하는 과정(refreezing)을 각각 뜻한다.


일본의 경영·인사 컨설턴트인 야마구치 슈는 저서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서 레빈이 제시한 모델 중 unfreezing, 즉 해동의 단계에 주목했다. 그는 해동이 '끝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보통 변화하기에 앞서 일을 시작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는데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면 과거 방식을 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과거와의 단절이 어디 그렇게 말처럼 쉬운가.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과거의 편린까지도 평생 안고 사는 동물이 사람이고 이러한 사람이 모인 곳이 조직이다. 오히려 레빈이 제시한 모델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공감'일 수 있다.


실제로 레빈은 변화의 각 단계에서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 실무는 물론 정신적인 지원, 성과에 대한 실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레빈이 커뮤니케이션학의 거장으로도 불리는데 개인이나 조직의 변화 과정에서 공감의 중요성을 역설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점에서 롯데그룹은 '뉴롯데'에 대한 공감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레빈의 지적처럼 moving 단계에서의 고통이라면 내부 구성원도 충분히 감내할 것이고 외부도 걱정보다는 롯데그룹의 행보를 지켜보자고 할 수 있다. 어찌됐든 우리나라 재계 서열 5위의 기업집단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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