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말고 상장할래요"
PEF, 주가와 실물 괴리 "난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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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넷뉴스 심두보 기자] 신종코로나감염증(코로나 19)이 경제를 비틀거리게 하고 있다. 당장 사람들의 움직임이 멈추면서 기업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항공, 관광, 숙박, 영화 등 일부 업종은 처참하게 무너져가고 있다. 반면 언택트와 온라인 분야는 코로나19의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경제 전반으로 보면 우리 경제는 현재 총체적 위기에 처해있다. 기업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보유 자산을 내다 팔고 있고, 이마저 허락되지 않은 일부 업체들은 고용 축소 등 구조조정으로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다. 


주식시장은 다른 세상이다. 연일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3월을 저점(1457.64)으로 찍은 이후 계속해 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2500선마저 뚫어냈다. 개미 투자자들은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주가가 급락하자 너도나도 매수행렬에 동참했다. 시중은행의 낮은 예금 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이 뒷받침되자 주식시장은 경제 위기 우려를 외면한 채 우상향하고 있다. 


주식시장과 실물경제간 괴리에 대한 경고음이 여기저기 터져 나오고 있다. IMF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미국과 일본 등의 주가 상승 폭은 실물경제와 괴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소비자와 기업의 체감 경기가 악화된 상황에서 주가가 상승했다"며 "자산 가격이 과대평가됐다"고 지적했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가 마이너스(-) 4.4%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주식시장과 실물시장간 온도차이, 다시말해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이 사모펀드(PEF)업계에도 상당한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주가 상승은 상장사뿐 아니라 비상장기업의 가격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이미 상장된 경쟁업체 또는 비교기업(Peer company)의 시가총액이 높아지면서 비상장업체를 이끄는 대주주들이 덩달아 자사 기업가치를 높게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선택 가능한 투자회수 대안 중 기업공개(상장)에 상대적으로 힘을 더 싣고 있다. 


매각보다 상장을 통한 투자회수에 상대적으로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지만, 수익률 면에서 이득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증권사들도 이들의 속내에 맞춰 '지금이 상장하기에 딱 좋은 최적의 타이밍"이란 논리로 꼬드기곤 한다.  


국내 중견 PEF 고위 관계자는 "기업 매각을 고민하던 오너가 일방적으로 협상을 중단한 채 상장을 진행했다"면서 "우리가 분석 끝에 제시한 가격이 주식시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회수를 전제로 하고 있는 PEF 입장에서 현 시장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지적이다. 


PEF의 이러한 고민은 두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우선 주식시장과 실물경제의 괴리 상황이 정말 심각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PEF은 기업가치 평가에 사활을 건 자본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다. 이들은 '기업을 싸게 사는 것' 그리고 '잠재력이 뛰어난 기업을 구별해내는 것'에 심혈을 기울인다. 그럼에도 이들이 기업에 투자하는 일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 주식시장이 실물경제와 지나치게 동떨어져 있다는 방증이다. 


다음으로 타이밍이다. 상장, 기업매각 또는 투자유치 이 모든 옵션에는 공통적으로 타이밍이 중요하다. '좋은 때'란 '기회'의 다른 표현이다. 더 높은 가격에 기업을 매각하거나 경쟁에서 치고 나갈 수 있는 기회다. 주가는 기본적으로 실제기업 가치(Fundamental)의 궤적을 추종한다. 특정시기에 국한한다면 더 높을 때도 더 낮을 때도 있지만, 이를 보다 길게 내다보면 벌어진 간극은 수개월 내 다시 좁혀지기 마련이다. 누군가에게 괴리의 시기는 의사결정 타이밍을 놓치는 때가 될 수도 있다. 기업 경영진이 간과해선 안되는 포인트다.


상장과 매각은 기업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이다.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그 어느 시기보다 크다. 기업과 산업의 현재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적기에 전략을 실행해야만 한다. 때를 놓쳐 계열사를 급매한 대기업과 경쟁에 떠밀려 소리없이 사라진 중소기업 실패의 교훈을 되새겨보자. 


"썰물이 빠졌을 때 비로소 누가 발가벗고 헤엄쳤는지 알 수 있다." 워런 버핏의 명언을 다시 한번 생각할 때다. 


주가가 그리는 붉은 풍경 속에 가려진 실물경제 본질을 외면하는 기업과 투자자라면 몰아닥칠 큰 물결에 상대적으로 더 쉽게 휩쓸려 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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