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에서 바라본 비트코인
비트코인, 변동성 이슈에서 안전자산 면모보여
출처= The Cryptonomist


[팍스넷뉴스 조재석 기자] 증권업계에 발을 들인지 5개월이 지났다. 취재원과 처음 만나는 자리는 여전히 어색하다. 어떤 말부터 꺼내야할지 고민이다. 최근에는 요령이 하나 생겼다. 바로 비트코인 얘기를 꺼내는 것. 이전 직장에서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취재했다고 말하면 여의도 취재원들은 십중팔구 눈을 반짝인다. 그리곤 묻는다. "그런데 비트코인 정말 괜찮은 거예요?"


비트코인은 잠시 접어두고 현 출입처인 채권부터 얘기해보자. 지난 10월 채권시장의 핫이슈는 미국 대선이었다. 전 세계에 있는 채권 종사자들이 마른 침을 삼키며 새로운 백악관의 주인을 기다렸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득표율에 따라 채권 금리도 요동쳤다.


롤러코스터를 타던 미국채는 개표가 마무리 될 무렵 강세로 접어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소송에 나서며 대선이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자 대표적인 안전자산 미국채의 수요가 높아진 것이다.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자산 회피처를 찾아 미국채와 국제원유 사이를 헤매고 있을 때 조용히 가격이 오른 자산이 하나 있다. 바로 비트코인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투기성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2918억달러(324조원)다. 전 세계의 비트코인을 한 데 모아도 삼성전자 시총(364조원)을 못 넘는다. 자산 규모가 작은 만큼 이른바 '고래' 몇 명에 의해 그날 가격이 결정되기도 한다. 비트코인이 아직까지 투기 수단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이토록 변동성이 높은데 어떻게 미국채 같은 '안전자산'으로 분류될 수 있을까? 정답은 비트코인의 작동원리에 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이란 기술로 만든 탈중앙화 화폐다. 일반적으로 화폐는 연방준비제도나 중앙은행 같은 발행기관이 존재한다. 반면 비트코인은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돈에 가깝다. 비트코인의 가치를 보증해주는 건 정부도 중앙은행도 아닌 바로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일반 사용자들이다.


지정학적 위기나 글로벌 경제 위기가 발발하면 국가 경제 시스템은 뿌리 채 흔들린다. 국가의 법으로 가치가 부여된 법정화폐는 국가의 상황에 따라 언제든 종잇조각이 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가 그렇듯. 하지만 비트코인은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가상화폐인 만큼 발행주체가 분명한(그래서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가격에 영향 받을 수 있는) 법정화폐와 달리 안전자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그동안 비트코인은 수많은 시험대를 거치며 존재의 가치를 증명해왔다. 가격 방어에 성공했을 때는 '디지털 골드'라 불렸고, 실패했을 때는 '투기자산'이라 손가락질 받았다. 그리고 이번 미국 대선에서 비트코인은 미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의 면모를 보였다. 게다가 지난 10월에는 세계 최대 결제회사 페이팔이 비트코인을 지원하며 화폐로써의 가치를 조금씩 인정받기 시작했다.


눈을 반짝이며 여의도 취재원이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터. 앞서 비교할 사례가 없던, 그래서 더 이해가 가지 않던 이 가상화폐의 미래를 묻는 취재원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비트코인, 앞으로도 괜찮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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