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다양한' 인사소식을 듣고 싶다
바이든시대, 환경(E)·사회(S)·지배구조(G) 부각···증권가도 다양성 문화 정착돼야
이 기사는 2020년 12월 29일 09시 4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조재석 기자] 연말을 맞아 곳곳에서 승진 소식이 들려온다. 올해 증권가는 코로나19로 풍부해진 유동성에 힘입어 매분기 최고실적을 갱신했다. 녹록치 않은 글로벌 경기 속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이끌어내며 승진 목록에 이름을 올린 증권가 주역들에게 진심 어린 축하를 보낸다. 하지만 한편으론 아쉬운 마음도 따른다. 역대급 실적에 걸맞은 승진 잔치 속에서도 여성임원의 이름은 여전히 찾아볼 수 없어서다.


증권가 여성임원 부족 현상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28일 금융감독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자기자본 3조원 이상 국내 대형증권사 5곳의 전체 임원 295명 중 여성임원은 14명(4.6%)에 불과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전체 임원 48명 중 여성 임원이 단 한명도 없었으며 NH투자증권은 55명 중 1명에 그쳤다.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성소수자와 이주노동자, 장애인이 임원진에 포함된 경우는 거의 제로(0)에 수렴한다.


기쁜 인사 시즌에 갑자기 다양성을 논하는 게 어색할지도 모르겠다. 주제를 잠깐 바꿔보자. 올해 증권가를 강타한 화두는 단연 'ESG'일 것이다. ESG란 투자자산의 재무요소와 더불어 환경(E)·사회(S)·지배구조(G) 요소를 투자가치로써 고려하는 행위다. 최근 ESG 투자는 친환경 공약을 내세웠던 조 바이든 후보의 승리에 힘입어 '환경' 요소들이 부각되는 추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업의 지배구조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가늠하는 '거버넌스(Governance)' 요소에도 집중하고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증권거래소 나스닥은 거버넌스 요소 중에서도 '다양성'에 무게를 둔다. 이달 초 나스닥은 상장사 임원진에 여성과 성소수자를 의무 포함시키는 규정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안했다. 제출된 규정에 따르면 모든 상장사는 이사 중 한 명을 여성으로, 또 다른 한 명을 소수인종이나 성소수자(LGBTQ)로 선임해야 한다. 만약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기업의 '다양성 등급'이 떨어지며, 최악의 경우 거래소에서 퇴출당할 가능성도 있는 강도 높은 규정이다.


나스닥은 기업이 사회적 약자와 함께 할 때 진정한 의미에서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아데나 프리드먼 나스닥 최고경영자는 WSJ을 통해 "이제는 소수자를 배려하는 포용적 자본주의를 고민해야 할 시기"라며 "다양성 지수가 높을수록 기업 리스크가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나스닥에 앞서 지난 2018년에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여성 이사가 2명 미만인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나스닥과 블랙록이 기업의 다양성을 중히 여기는 게 비단 '착한 기업'을 육성하려는 목적만은 아닐 터. 이미 국내에서도 ESG 투자가 단순히 착한 투자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례가 꾸준히 들려온다. 기업의 다양성은 더 이상 하나의 선택이 아닌 의무이자, 훌륭한 매출 전략으로 자리잡았다. 누구보다 투자 트렌드에 민감한 증권업계에서 이 같은 변화의 바람을 느끼지 못했을 리 없다. 내년 인사 시즌에는 올해보다 더욱 '다양한' 인사소식을 접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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