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드라마 콘텐츠 제작업체 스튜디오드래곤이 모기업 CJ ENM과의 내부거래를 눈에 띄게 줄여나가고 있다. 콘텐츠 제작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캡티비(동일한 CJ그룹 계열사) 채널인 OCN과 tvN에 의존하던 과거와 달리 매출처 다변화에 성공한 결과로 분석된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올해 3분기 3664억원의 누적 매출을 달성하며 전년 동기 대비 4.9% 신장을 일궈냈다. 더불어 영업이익(343억원)도 같은 기간 2.5% 늘리는데 성공했다. 실적 전반이 이처럼 개선된 것은 국내는 물론 일본 등 해외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끈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과 '한번 다녀왔습니다' 등의 성공에 힘입은 결과로 풀이된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올 3분기 스튜디오드래곤이 CJ ENM에 대한 의존도를 낮췄음에도 실적 개선을 일궈냈단 점이다. 실제 작년 3분기만 해도 이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44%에 달했으나 올 3분기 35%로 낮췄다.

CJ ENM에서 물적분할한 2016년 5월부터 지난해까지 40% 중후반대의 내부거래 비중을 기록했던 스튜디오드래곤이 1년 새 해당 비율을 9%포인트나 낮출 수 있었던 비결은 콘텐츠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거래처 다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 24개 전 작품이 CJ ENM 소유의 Olive, OCN, tvN에서 방영된 2018년 스튜디오드래곤의 내부거래 비중은 49%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듬해 29개 작품 중 3개 작품이 MBC(봄밤), SBS(의사요한), 넷플릭스(좋아하면울리는)에 편성된 결과 내부거래 비중이 46%로 하락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3분기까지 제작된 20개 작품 중 3개 작품이 CJ ENM 소유의 채널(tvN, OCN, Olive 등)이 아닌 플랫폼에 공급하면서 내부거래 비중을 30%대로 낮출 수 있었다. 이에 시장에선 스튜디오드래곤이 OTT 플랫폼 강자인 넷플릭스와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CJ그룹 의존도가 갈수록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16년 5월 CJ E&M에서(CJ ENM 전신) 물적분할 된 직후 스튜디오드래곤의 내부거래 비중이 50% 수준에 육박했던 걸 고려하면 '탈(脫) CJ' 행보가 본격화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며 "스튜디오드래곤이 OTT 플랫폼과 공중파 공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CJ ENM을 제외한 나머지 특수관계자의 경우 (스튜디오드래곤에) 밀어주는 일감이 극히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부거래 비중이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선 관계자의 설명처럼 스튜디오드래곤은 CJ E&M Hongkong Limited, CJ E&M America Inc 등 특수관계에 놓여있는 기업들 외에도 4개 종속기업(화앤담픽쳐스·문화창고·케이피제이·지티스트)과의 거래를 통해서도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 계열회사들과의 연간 거래액은 20~ 40억 정도로 스튜디오드래곤 연매출의 1%에도 못 미친다.

이에 대해 CJ ENM 관계자는 "의도적으로 CJ ENM에서 벗어나려 했다기 보다는 콘텐츠 가치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채널을 찾아 나선 결과"라며 "감독, 작가 등 크리에이터들의 창작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스튜디오의 존재 목적에 맞춰 넷플릭스 등 OTT쪽 물량을 늘려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