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탈 고유계정 투자, '양날의 검'
보유한 현금성 자산 급증…LP 눈치에 적극적인 직접투자 쉽지 않아
이 기사는 2021년 05월 03일 08시 3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김민지 기자] 지난해 기사에 가장 많이 쓴 단어를 꼽으라면 '역대' '사상최대' 등이 있을 듯 하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지원 덕에 한국벤처투자와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은 '역대'급으로 많은 자금을 출자했고, 벤처캐피탈은 '사상최대' 규모의 펀드 결성에 나섰다.


모이니 큰손이 된 개미들 덕분인지, 실물시장에 몰리던 자금이 금융시장으로 옮겨진 덕분인지 주식시장의 호황은 벤처캐피탈의 역대급 실적에 영향을 줬다. 벤처캐피탈이 초기부터 발굴해 투자한 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의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를 기록한 뒤 상한가)이 이어져 투자금 회수(엑시트) 성적이 기대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탈의 호실적을 위한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이들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증가했다. 이에 두둑해진 곳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벤처캐피탈이 고유계정(자기자본)을 활용하는 전통적인 방법에는 스팩(SAPC,기업인수목적회사) 발기인 참여와 운용사 출자금(GP 커밋) 확대가 있다.



스팩 발기인으로 참여하면 비교적 빠른 시기에 투자 성과를 낼 수 있고 공모가 대비 절반 수준에서 지분을 취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것보다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투자 위험성이 낮은편이라 고유계정을 활용한 투자로 각광 받아왔다.


GP커밋을 늘리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한 펀드를 결성할 때  운용사 출자금을 늘리면 펀드 호실적에 따라 운용사가 가져갈 수 있는 수익도 커진다. 반대로 펀드의 실적이 안좋을 때는 운용사의 부담금도 커진다. 그러다보니 GP커밋은 다른 출자자(LP) 들에게 운용사의 펀드 운용 책임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최근에는 자기자본으로 아예 직접투자에 나선 벤처캐피탈도 늘어나는 추세다. 정책자금을 받아 결성된 펀드는 일반적으로 투자 기한이 4년이고 주목적 투자 대상도 정해져 있다. 직접투자하는 이런 제한에 벗어나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투사 성과가 온전히 기관의 몫이 되는 것도 매력적인 요소다. 직접투자로 재미를 본 한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아무래도 여러 출자기관의 눈치를 보지 않고 투자할 수 있고 엑시트 시기를 펀드 만기에 맞추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고 말했다.


문제는 일반적인 벤처캐피탈의 주사업이 '남의 돈 맡아 투자하기'라는 점이다. 때문에 펀드에 자금을 출자하는 정책기관 혹은 민간기업은 종종 절대적인 갑이 된다. 


지금 당장 보유한 현금이 늘었다고 펀드 결성보다 직접투자에 더 집중하면 후에 펀드 결성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주요 출자기관들의 위탁 운용사 선정과정에 직접투자가 정량평가로 들어가 있지는 않지만 일종의 괘씸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말이다. 벤처캐피탈의 안정적인 수입원 중 하나인 관리보수 유입이 어려워 지는 셈이다.


실제로 한 벤처캐피탈 대표는 "LP들이 벤처캐피탈의 직접투자를 좋아하겠냐"며 "펀드 결성이 어려우면 모를까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운용사 출자금을 늘리는데 투입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좋다고 본다"고 밝혔다.


결국 늘어난 현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각 벤처캐피탈의 선택이고 책임이다. 어떤 결정이든 장단점이 있지만 난세에 영웅난다고 했던가. 어떤 기관이 '운용의 미'를 살릴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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