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경진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 몸값에 대해 다소 보수적인 가격을 제시한 미래에셋증권과 가장 우호적인 가격을 제시한 KB증권을 함께 주관사로 선정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그 배경을 놓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장외가 '거품'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기업공개(IPO) 직전까지 적정 기업가치에 대한 논의를 주관사단과 함께 이어갈 뜻을 내비친 행보라는 것이 업계 평가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일환으로 IPO를 추진하는 만큼 공모 성사 및 흥행을 이끌 적정 몸값을 찾는 노력을 이어가는 셈이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상장 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 KB증권, 골드만삭스를 선정한 후 그 결과를 개별 증권사들에게 통보했다. 조만간 주관 계약을 체결한 후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IPO 일정 및 전략을 세 곳 증권사들과 논의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IPO 전략과 일정을 사실상 진두지휘하는 국내 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을 선정한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통상 외국 주관사는 해외 기관 투자자 대상의 모객(세일즈)에 집중할 뿐 공모 전략 수립 등에서 관여도가 낮은 편이다.
주관사로 선정한 미래에셋증권은 다른 입찰 경쟁사 대비 다소 보수적인 상장 몸값을 현대엔지니어링 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장외 시가총액이 9~10조원을 형성하는 가운데, 이보다 낮은 몸값을 IPO 목표 시가총액으로 제시한 것이다.
반면 또 다른 주관사인 KB증권은 입찰에 참여한 증권사 중 가장 높은 몸값을 제시한 곳으로 전해진다. 장외가 이상의 기업가치를 현대엔지니어링에 제시했다.
앞서 지난 3일 진행한 주관사 선정 입찰 경쟁에는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외에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등이 참여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관사간에 적정 기업가치에 대한 입장은 서로 상반된 편"이라며 "통상 IPO 기업은 우호적인 몸값을 제시한 곳들 위주로 주관사를 선정하는데, 현대엔지니어링은 업계 관례에서 벗어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적정 기업가치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인 증권사를 동시에 주관사로 선정한 것을 두고 목표 시가 총액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외 시장부터 현재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이 일고 있어서 IPO 몸값에 대한 숙고가 좀 더 필요한 상황이다.
현대엔지니어링 입장에서는 우호적인 몸값 평가보다 IPO 성사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적정 기업가치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가진 증권사를 주관사로 선정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IPO 자체가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일환으로 추진하기 때문이다. 적정 몸값에 대한 상반된 의견을 가진 증권사가 주관사로 함께 활동할 시 '균형' 잡힌 논의 속에 공모주 투자자들이 수용 가능한 IPO 몸값을 도출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지주사로 한 지배구조 개편을 준비 중이다. 그런데 정의선 그룹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율이 0.32%에 불과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 11.72%의 활용법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중이다. 정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IPO 전후로 보유 지분을 매각해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현대모비스의 지분율을 높이는데 투입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IPO 성사가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주관사단은 기업과 특정 증권사간 과거 인연보다는 실무적인 관점에서 확정된 모습"이라고 말했다.
1974년 설립한 현대엔지니어링은 플랜트, 인프라, 주택 개발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현대차그룹 계열의 건설사다. 최대주주는 현대건설(지분율 38.62%)이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7조1884억원, 영업이익 2587억원, 순이익 1739억원을 각각 실현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