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평, "ESG 낙제생, 신용등급 하향될 것"
신평사 최초 ESG 신용평가방법론 발표..."ESG 요소 중요도 'up'"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4일 14시 5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조재석 기자]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가 국내 신용평가사(이하 신평사) 3사 중 처음으로 'ESG 신용평가 방법론'을 내놨다. 발행사의 ESG 이슈가 신용등급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설명하는 게 골자다. 


신평사들은 그간 크레딧 평가를 진행할 때 발행사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를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수준에서만 다뤄왔다. 이번 방법론 공개로 한기평은 향후 크레딧 정기평정에서 기업의 ESG 이슈를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기평이 ESG 신용평가 방법론을 공식 발표했다. 


방법론이 한기평이 지난 1월 4일 발표했던 ESG '인증평가' 방법론과는 다르다. 기존 ESG 인증평가 방법론은 녹색채권을 발행하려는 기업의 프로젝트가 친환경에 부합한지 등을 사전 검증할 때 사용하는 텍소노미(분류체계)다. 반면, ESG 신용평가 방법론은 일반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가 장기 신용등급과 등급전망(아웃룩)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와 해당 범주는 무엇인지를 주로 설명한다.


우선 한기평은 신용평가 관점에서 ESG 위험요인의 범주(카테고리)를 분류하는 방향으로 방법론을 제정했다. 세부적으로는 환경(E)·사회(S)·지배구조(G) 부문에서 각각 기업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카테고리를 정립했다. 예를 들어, 환경 부문의 '저탄소 전환' 카테고리에는 ▲온실가스 배출량 ▲저탄소 발전전략 수립 ▲저탄소 전환에 따른 대체가능성 등이 크레딧에 영향을 주는 위험요소로 꼽히는 식이다.


출처=한국기업평가


김태현 한기평 평가기준실장은 "최근 기업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비재무적 요소들이 투자 판단 기준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며 "한기평은 시장의 화두가 되고 있는 ESG가 신용평가 과정에 어떻게 반영되는지에 대한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보다 명확하게 제공하기 위해 ESG 신용평가방법론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한기평의 ESG 신용평가 방법론은 그간 신평사들이 내부적으로만 검토해왔던 ESG 요소를 투명하게 공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ESG 인증평가 사업을 진행했지만 ESG 요소가 기업의 신용등급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 부분에선 '별개의 평가'라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예를 들어, 튼튼한 재무구조와 시장 지배력을 확보한 대기업 A사의 신용등급은 'AA+'지만, ESG 등급은 'C' 수준에 그칠 수 있는 것이다. 


신용등급과 ESG 등급이 양립할 수 있는 것은 평가의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이란 쉽게 말해 회사채나 기업어음(CP)를 발행하는 기업의 부도 가능성을 AAA부터 D(파산)까지 수치화한 개념이다. AAA 발행사는 부도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고, C 등급 발행사는 투기등급에 속하는 식이다. 하지만 신평사가 제공하는 ESG 등급은 발행사가 추진하는 ESG 채권 자체의 등급을 의미한다. 발행사 자체의 파산 가능성과는 별개의 이슈다.


반면, 한기평은 ESG 신용평가 방법론을 통해 앞으로 ESG 낙제생은 신용등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글로벌 금융투자 업계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비롯한 비재무적 요소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ESG 요소가 향후 수익성과 현금흐름, 자금조달 등 기업의 핵심요소에 직결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까닭이다.


출처=한국기업평가


한기평 관계자는 "과거 횡령, 대규모 회계 분식, 경영권의 불안정성 확대 이슈들은 ESG 리스크로 분류되지만 실제로 수시평가를 통해 등급 하향의 트리거가 된 사례가 있다"며 "앞으로 ESG 대응수준이 매우 낮은 업체들은 모델등급 산출 시 사업경쟁력과 재무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았다고 하더라도 ESG 리스크가 신용도에 하향요인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선 한기평의 평가론 발표가 다른 신평사들의 ESG 평가론 도입을 앞당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평사 중 가장 먼저 ESG 평가사업에 진출한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은 모기업인 무디스(Moody's)의 영향을 받아 ESG 요소과 크레딧 레이팅 간 상관관계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던 상황이다.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 역시 ESG인증평가에 '기타고려요소'라는 유기적인 평가기준을 도입함으로써 해당 이슈에 대응하고 있었다.


복수의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기평이 ESG 신용평가론을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건 하반기 정평 등을 비롯한 평가 시즌에 기업의 ESG 요소를 적극 반영하겠다는 취지"라며 "다른 신평사들도 내부적으로 방법론을 비롯한 평가 기준을 준비하고 있었던 만큼 머지않아 공개될 것이며 이는 필연적으로 발행사들의 ESG 중요성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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