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홍기 기자] 오뚜기가 자사제품들에 대한 연이은 가격인상 행보를 드러내는 가운데 라면가격 인상으로 정점에 이를지 주목된다. 올해 초 가격인상을 추진하려다 여론을 의식해 한걸음 물러났지만, 최근 원재료 압박이 '역대급' 수준으로 커지면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뚜기 관계자는 16일 "아직 라면가격 인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안이 없다"며 "다만 원재료 압박이 있는 것은 맞다"고 밝혔다. 당초 지난 2월 9% 가격인상 추진을 철회한 이후 "계획이 없다"고 밝힌 입장과는 사뭇 다른 모양새다.
실제 오뚜기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원재료 가격인상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8년 이후 12년 넘게 라면가격을 동결하면서 이같은 부담은 더욱 가중됐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가 최근 발표한 5월 곡물 가격 평균 지수는 133.1P로 전달인 4월보다 7.6P(6.0%), 전년동월보다 35.7P(36.6%) 증가했다. 이는 밀 가격등이 꾸준히 오른 것에 따른 결과로, 밀 가격지수는 전달대비 평균 8.0P(6.8%), 전년동월대비 27.7P(28.5%) 상승했다.
국제 팜유 가격은 5월에도 지속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 2011년 2월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FAO 측은 세계 수입 수요 증가로 인해 팜유 재고량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로 인해 식물성 기름 가격 지수는 5월 평균 174.7P로 전월 대비 12.7P(7.8 %) 상승했으며 1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라면 원가의 5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밀, 팜유 가격이 증가한 것에 영향을 받아 올 하반기 오뚜기의 라면가격인상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뚜기는 그간 라면외 제품의 가격을 줄줄이 인상했다. 오뚜기는 지난해 9월 오뚜기밥 가격을 8% 올린 것에 이어 올 1분기 최대 9%까지 재차 가격을 올렸다. 오뚜기 컵밥 제품 가격은 최대 28.5%나 인상했다. 이뿐아니라 마요네즈 가격은 2900원에서 3800원으로 31%, 오뚜기 상품죽 4종 가격은 21.8%, 오뚜기 마일드참치는 15% 올렸다.
증권가에서는 코로나19 여파 이후 원재료 부담요인이 장기화할 수 있고 구매계약이 통상 연간으로 진행한다는 점을 근거로 올 하반기에 라면 가격 인상을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인건비와 물류비 상승 등도 연장선상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뚜기 뿐 아니라 농심과 팔도 등 주요 라면업체들은 당장 가격인상 계획이 없다지만 원재료값 상승 등으로 인상요인이 어느 때보다 산적해 있다"며 "라면제품 특성상 가격 저항이 강한 만큼 업체들의 고민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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