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약품 오너가, 계속되는 모럴 해저드
고배당 수령 이어 고액 퇴직금 규정 제정…어진 부회장 사법리스크 '촉각'
이 기사는 2021년 07월 23일 07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어진 안국약품 부회장. 안국약품 제공


[팍스넷뉴스 김현기 기자] 안국약품이 회장 및 부회장 등 최고위 임원의 퇴직금 지급률(지급배수)을 4배로 책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안국약품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어준선 회장과 어진 부회장이 부자 사이인 점, 어준선 회장의 나이(84세), 어진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에 따른 사임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이번 지급률 책정이 사실상 오너가를 위한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고 있다.


2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안국약품은 임원들의 퇴직금 규정을 제정,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통과시킨 뒤 올해부터 이를 적용하고 있다. 제정안에 따르면 안국약품 회장과 부회장의 퇴직금 계산 방법은 '기준금액×0.1×재임기간×4(지급률)'다. 여기서 기준금액은 퇴임일로부터 소급해 3년간 지급받은 급여의 연평균 환산액을 가리킨다.


일반 직원들의 퇴직금 지급률은 통상 1이지만, 기업 임원들은 업무 강도와 회사에 대한 공헌도 등을 감안해 이보다 더 높기 마련이다. 안국약품도 이번 퇴직금 규정 제정을 통해 전무와 상무는 1.5, 부사장은 1.8, 사장은 2, 부회장과 회장은 4를 지급률로 매겼다.



눈길을 끄는 것은 어준선 회장과 어진 부회장의 임원 재임기간(추정)이다. 어준선 회장은 지난 1969년 당시 1억원에 인수한 안국약품을 지금까지 50년 넘게 꾸리며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어진 부회장은 아버지가 지난 1996년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계 입문하게 되자 2년 뒤인 1998년 35살의 나이로 안국약품 대표이사에 취임, 20년 이상 부친과 함께 각자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어준선, 어진 부자의 임원 재직기간이 짧지 않다는 뜻이다. 이에 더해 지급률이 4배로 책정됐기 때문에 둘이 일선 경영에서 물러날 경우, 수령하게 될 퇴직금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2018~2020년 안국약품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어준선 회장과 어진 부회장이 맡고 있는 안국약품 등기이사의 지난 3년간 평균 연봉은 약 3억5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금액에 0.1과 근속연수, 지급률을 연달아 곱하면 어준선 회장과 어진 부회장의 퇴직금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계산에 따르면 어준선 회장은 60억원 이상, 어진 부회장은 30억원 이상의 퇴직금을 이미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특히 어진 부회장을 주목하고 있다. 안국약품이 지난 2019년 의약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자사 직원에게 임상시험을 한 것이 발각됐고, 어진 부회장이 이에 연루돼 구속됐다가 적부심을 통해 풀려났기 때문이다. 어진 부회장은 이와 관련된 재판을 지금도 받고 있으며, 추후 최종 선고 결과에 따라 사임 등 거취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안국약품이 이번 임원 퇴직금 제정 규정에 대한 별도 언급을 피하고 있는 가운데,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퇴직금 규정이나 최고위급 임원에 대한 지급배수는 어느 기업이나 만들 수 있다"며 "다만 안국약품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적자전환하는 등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가 불거지는 상황인 만큼 퇴직금 규정 제정 시기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지급배수 4가 높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안국약품 오너가의 연이은 '모럴 해저드'를 지적하기도 한다. 지난 10년간 점진적인 실적 하락에도 안국약품의 주당 배당금이 100원에서 220원으로 두 배 이상 올랐고, 이 과정에서 안국약품 지분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어준선 회장과 어진 부회장이 최대 수혜를 입었기 때문이다. 이번 퇴직금 제정 규정의 최대수혜자도 두 부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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