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까지 고장난 남양유업
분유 회사로 시작…육아휴직자 압박은 존재 기반 부정 행위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6일 07시 5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5월 4일 눈물의 기자회견을 열었던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팍스넷뉴스 이호정 산업3부장] 남양유업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면 열에 아홉은 불매해야 할 악덕기업이라 평한다. 2013년 불거진 대리점 물량 밀어내기 갑질을 비롯해 외조카 황하나 마약사건, 불가리스 논란 등 지난 7년간 부정적 이슈가 끊이질 않았던 게 주요인이다.


게다가 모든 책임을 지기 위해 경영권 세습을 포함한 회사경영에서 일체 손을 떼겠다던 오너 홍원식 회장의 눈물 기자회견이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악덕기업 프레임이 더욱 견고해졌다.


그럼에도 기자는 얼마 전까지 남양유업을 악덕기업이라 생각지 않았다. 나아가 "대리점 갑질사건이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겨서 그렇지 더한 기업도 많은데"라며 오히려 안타깝게 여겨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추억 때문이다.



기자가 중학생이던 시절 모친은 아들의 두뇌 발전에 도움이 될 거라며 다른 제품보다 다소 비싼 가격에도 DHA가 함유돼 있다고 광고하던 남양유업의 '아인슈타인' 우유만 고집했다.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인지 기자 역시 동일한 이유로 이제는 초등학생이 된 두 아이의 첫 분유로 이 회사 제품을 선택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큰 아이 임신 때 사기업에서 주최하던 산모교실에 열성적으로 다녔던 와이프가 어느 날인가 경품 추첨행사에서 보행기를 받았다며 자랑했는데, 이날 행사를 주최한 곳이 남양유업이었다. 당시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는 건 어린아이마냥 들떠 흥분하며 상황을 설명하던 와이프의 모습이 뇌리에 깊숙이 박혀 있어서다.


그래서인지 남양유업의 부인에도 육아휴직을 다녀온 후 보직해임 됐다는 이 회사 A팀장의 폭로가 씁쓸하기 그지없다. 나아가 다양한 여성 복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남양유업의 해명도 진실인지 의심스럽다. 홍원식 회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녹취록에는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았을 뿐더러, 2013년에도 기혼 여성직원의 임금 삭감과 임신‧출산자의 경우 계약직으로 전환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어서다.


기자가 아는 남양유업은 표면상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실제론 회사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홍 회장이 모든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회사다. 따라서 녹취록의 주인공이 홍원식 회장이든 아니든 그의 입김이 상당히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남양유업은 현재 단순 오너리스크가 아닌 회사의 뿌리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여진다. 회사의 시작점이 분유 사업이었던 만큼 육아휴직 후 돌아온 A팀장 같은 엄마들이 제품을 구매해야 존립할 수 있는 기업인데, 스스로 존재 기반을 허무는 행위를 자행한 셈인 까닭이다.


일본 경영의 신으로 불리며 존경받는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창업주는 CEO의 자격으로 '훌륭한 인격'을 강조해 왔다. 그가 말한 훌륭한 인격은 '사람을 속이지 않고,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탐욕을 부리지 않는다'는 특별한 덕목이 아닌 보통사람의 기본상식이다. 사회적 책임이 중요해진 시대 훌륭한 인격에 대해 홍원식 회장도 한번은 곱씹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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