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신한카드의 장기 기업어음(CP) 사랑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조달 다각화 지침에 발맞추는 모습이다. 다만 단기금융상품인 CP의 발행 취지에 맞지 않게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뒤따를 전망이다.

1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대표 임영진)는 오는 24일 2000억 원 규모의 CP를 발행할 계획이다. 신한카드의 이번 CP발행은 올 들어 카드사 중에서는 삼성카드에 이어 두번째다. 만기는 5년물로 할인율은 2.708%다. 조달된 자금은 운영자금으로 활용된다.

이번에 발행되는 신한카드 CP의 신용등급은 'A1'이다. 상품 형태가 CP인 점을 고려해 단기신용등급이 부여됐다. 대표주관회사는 한국투자증권이 맡았으며 BNK투자증권이 인수단으로 참여했다.

신한카드의 장기CP 사랑은 과거부터 이어졌다. 지난 2009년 카드업계 최초로 2년 만기 CP를 발행하며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이전까지 일반적으로 카드사는 회사채를 통해 장기자금을 조달해 왔기 때문이다.

신한카드는 2015년 이후 매년 장기CP를 발행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발행 빈도가 부쩍 잦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신한카드는 카드사 중 가장 많은 2조3000억 원의 장기CP를 발행했다.

지난해 4월 금융당국은 회사채 발행 비중이 높은 여전사 업황을 고려해 자금조달 방식을 다각화하도록 주문했다. 회사채에 의존하는 여전사가 부실할 경우 이를 보유한 기업에까지 리스크가 이전될 가능성을 고려했다.

이에 카드사들은 회사채 대비 금리가 낮고 만기 설정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장기CP를 대체재로 주목했다. 신한카드와 롯데카드 등 이전부터 꾸준히 장기CP를 발행하던 카드사는 물론 그나마 상대적으로 장기CP에 거리를 두던 하나카드와 BC카드도 지난해 하반기 들어 발행 대열에 합류했다.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라 카드채 의존도를 낮춰야하는 카드사에게 장기CP는 매력도가 높다. 우선 장기CP는 발행사 입장에서 발행절차가 간편하다는 이점이 있다. 애초 CP가 단기자금조달 수단이라는 특성상 수요예측 등 공모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등 편의성이 높다. 여기에 지난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이어 인상하면서 회사채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장기CP의 발행 유인이 더욱 증가했다.

다만, 장기CP는 단기금융상품 취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는다. 단기금융시장은 기업어음과 전자단기사채 등 만기 1년 미만의 단기물 마련을 위해 조성된 곳이다. 하지만 장기 CP는 외형상 단기어음이지만 만기와 공모구조 등은 장기 회사채와 동일하다.

또한 장기CP는 회사채 대비 상대적으로 투자자 보호 체계가 미흡하고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측면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회사채의 경우 투자자를 위해 사채관리 계약서를 체결하고 '사채권자 회의 제도'와 같은 보호장치를 제공하고 있지만 CP는 해당 계약 대상이 아니기에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신한카드의 장기CP 발행에 곱지 않은 시각이 뒤따르는 이유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향후 금리의 변동과 시장의 수요 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서 조달자금을 운용하고 있다"며 "최근 기준금리가 올랐고 향후에도 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에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회사채 시장이 경색되고 있는 반면, 장기CP의 경우 상대적으로 투자 수요가 존재하는 상황이라 카드사들이 CP 발행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