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엄주연 기자] 휠라홀딩스의 최대주주인 피에몬테가 지분 매입으로 지배력 방어에 나서고 있다. 오너 개인회사 격인 피에몬테의 휠라홀딩스 지분율이 20%대로 낮은 편에 속하는 만큼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한 시기를 틈타 지분율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피에몬테는 지난달 28일 보통주 9165주를 장내 매수했다. 이에 따라 피에몬테가 보유한 휠라홀딩스 지분은 기존 21.62%에서 21.63%로 확대됐다. 피에몬테가 지분 매입에 나선 것은 1년여 만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 2020년 10월, 총 10차례에 걸쳐 장내에서 33만519주를 취득했다.
소폭의 변화에도 피에몬테의 지분율이 주목받는 이유는 휠라그룹의 지배구조 특성 때문이다. 휠라홀딩스는 지난해 물적분할을 통해 지배구조가 종전 '피에몬테(구 휠라홀딩스)→휠라코리아'에서 '피에몬테→휠라홀딩스→휠라코리아'로 바뀌게 됐다. 지주사 위에 또 하나의 지주사가 자리 잡는 옥상옥 구조가 바뀐 셈이다.
여기서 문제는 윤윤수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휠라홀딩스 지분율이 낮은 편이라는 점이다. 피에몬테의 최대주주는 윤 회장이며 지분 75.18%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휠라홀딩스에 대한 피에몬테의 지분은 21.63% 수준이다. 윤 회장의 딸인 윤수연(0.02%)씨 등 2명의 지분을 모두 합해도 21.66%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다른 주주들과의 지분 격차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휠라홀딩스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7.71%의 지분을 갖고 있고, 뒤이어 템플턴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이 각각 5.39%, 4.03%를 보유 중이다. 이들의 지분율을 합하면 17.13%로 최대주주와의 지분 격차는 4.53%포인트에 불과하다.
재계에선 이에 윤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개인회사를 통해 지분 확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현재 휠라홀딩스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분율은 20%대 수준으로 신용평가사들이 '안정적'이라고 보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지금은 최대주주로서 지배력을 행사하는데 딱히 문제는 없겠지만 향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추가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방식의 지배력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휠라코리아가 최근 중장기전략을 발표하면서 기업가치 제고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이유에서다. 다시 말해 오너 지배력보다 브랜드 정체성 재정립에 우선적으로 회사의 화력을 쏟아부을 가능성이 높단 것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 "오너 회사가 지분율을 추가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현 상황에서 실익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최근 휠라홀딩스가 '5개년 계획'을 발표한 만큼 회사도 오너 지분 강화가 아닌 주주가치 제고와 기업 가치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휠라 측은 피에몬테의 지분 매입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피에몬테가 최대주주이지만 법인이 별도로 운영되기 때문에 알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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