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ETF(상장지수펀드)의 주력 투자 섹터로 채권이 주목받고 있다. 기준금리가 3%를 향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면서 투자 매력도가 높아진 채권형 ETF 공급이 늘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인한 채권 가격 하락에 매료된 투심을 충족하려는 운용사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운용업계는 채권형 ETF 출시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한 달 간 상장된 9개 ETF 가운데 5개가 채권 혹은 채권혼합형이다. 가장 최근일인 지난 9일에만 3종의 채권형 ETF인 ▲KODEX 아시아달러채권SRI플러스액티브 ▲KODEX 미국종합채권SRI액티브(H) ▲SOL 종합채권(AA-이상)액티브가 유가증권시장에 데뷔했다. 

연간 단위로 봐도 채권형 ETF 공급이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12일 기준 올해에 총 9개의 채권형 ETF가 출시되면서 이미 지난해 연간 기록(6개)을 넘어섰다. 채권형 ETF를 내놓은 하우스도 다양해졌다. 지난해에는 KB자산운용(5개)과 NH-아문디자산운용(1개)에서만 새롭게 채권형 ETF를 선보였다. 하지만 올해에는 삼성자산운용(2개), 미래에셋자산운용(1개), KB자산운용(2개), 신한자산운용(1개), 키움자산운용(2개), 우리자산운용(1개)에서 관련 라인업을 보강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조만간 7개의 신규 채권형 ETF가 출시를 앞두면서 총 20개 돌파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처럼 올해 들어 운용사가 채권형 ETF에 힘을 주고 있는 건 금리인상 기조가 계속되면서 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중앙은행의 고금리 정책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채권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에 막대향 영향을 끼치는 미국의 기준금리는 올해 안으로 3%에 다다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금리가 고공행진을 달릴 때 채권의 투자 매력이 상승하는 건, 금리와 채권가격이 역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채권에 있어 금리란 '할인률'의 동의어로 불릴 만큼 금리가 오리면 채권 가격은 하락한다. 이는 채권의 이자율이 고정금리에 해당하는 표면금리(쿠폰이자)를 따르는 것과 연관이 있다.

예를 들어 5년 전 3%의 표면금리로 발행된 A채권이 있다면 해당 채권은 금리가 오른 현재 시점에서도 3%의 이자율이 적용된다. 이와 달리 시장금리가 올라 최근에 발행된 B채권에는 5%의 표면금리(채권가격은 동일)가 붙으면 더 많은 이자를 주는 B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과거에 발행된 A채권을 찾는 수요가 줄면서 자연스레 가격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즉 예전에 비해 저렴해진 채권에 투자해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챙길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셈이다.

채권은 매매차익에는 과세를 물지 않는다는 이점도 있다. 채권은 표면금리로 얻게 된 수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매길 뿐, 채권 가격 자체의 차익에서 발생한 이익에 대해서는 비과세가 적용된다. 1만원에 구매한 채권이 1만1000원이 됐을 때 팔아 얻게된 1000원은 고스란히 투자자의 몫이 된다는 의미다. 만약 해당 채권의 표면이자가 3% 였다면, 이자수익인 300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매긴다.

이와 관련해 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채권 투자는 주식보다는 허들이 높아 자산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었다"며 "하지만 국민들의 금융 지식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채권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높아졌고, 이러한 시장 니즈에 맞춰 운용사들은 ETF로 간편하게 채권에 투자할 수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