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심두보 차장] 모의 군사훈련 때 아군을 블루 팀, 적군을 레드 팀이라고 부릅니다. 이 두 팀은 서로를 무너뜨리기 위한 전략을 세우죠. 레드 팀이란 용어는 비즈니스의 세계에도 도입되었습니다. 회사 전략 수립 과정에서 레드 팀 역할은 분명한데요. 기존 전략이 경쟁자 입장에서도 철저한지 취약한 부분은 없는지 공격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문제점을 찾아내는 거죠.

레드 팀 방식은 매우 효과적으로 숨겨진 문제를 찾아내는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바로 조직 편향 때문이죠. 특정 직원 혹은 내용이 전반적 평가에 영향을 주는 후광효과, 기존 계획에 부합하는 정보만 찾으려 하는 확증편향, 변화보단 유지를 선호하는 현상유지 편향이 여기에 속하죠. 여러 편향은 합리적 의사결정을 방해합니다. 리더의 주장에 쉽게 수긍해버리거나 다른 의견을 내지 못하기도 합니다.

회사에서 발생하는 여러 편향은 주식 투자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납니다. 특히 특정 종목에 익스포저가 커지거나 소수의 종목을 장기 보유할수록 편향은 두드러지죠. 기업 활동은 수많은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 요소를 뿜어냅니다. 항상 좋은 기업이란 실존하지 않죠. 그럼에도 일부 투자자들은 부정적인 소식은 평가절하합니다. 대신 작은 좋은 소식은 크게 환대하죠.

종목이 신앙이 되어버린 투자자들에게 공매도 세력은 '적'이 되어버립니다. 그들의 눈에 공매도 투자회사는 기업의 주가를 떨어뜨리는 데에만 혈안이 된 거짓말쟁이로 비칩니다. 그런데 반대로 보면 서로는 같은 입장입니다. 그 기업에 대한 포지션이 '롱'과 '숏'으로 반대일 뿐, 돈을 벌기 위해 해당 기업을 들여다본다는 점은 일맥상통합니다.

한 사례를 들어볼게요. 아이온큐입니다. 스콜피온 캐피털이란 공매도 전문기업은 지난 5월 아이온큐에 대한 공매도 리포트를 냈습니다. 이 기업은 아이온큐가 양자컴퓨터 기술과 관련한 폰지 사기극을 벌였다는 결론을 도출했죠. 그 여파로 주가는 크게 하락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아이온큐의 주가는 2분기 실적 발표 후 급등했는데요, 스콜피온 캐피털은 다시금 이번 실적 발표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주가 흐름은 악영향을 받았고요. 국내 아이온큐 주주들은 스콜피온 캐피털에 대해 굉장히 격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의견을 '악의적 공격'으로 명명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공매도 리포트를 적이 아닌 레드 팀의 의견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기업의 약한 고리가 무엇인지 연구해 낸 그 결과물을 평가절하만 해선 기존의 편향이 강화되기만 할 테니까요. 공매도 투자기업 외에도 레드 팀은 또 있습니다. 셀 리포트를 내는 애널리스트를 포함한 부정적 의견을 내는 전문가가 그들입니다. 내가 투자한 종목을 안 좋게 보는 사람들의 논리를 받아들이고 투자의견에 반영한다면, 우리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더욱 단단해질 겁니다.